미디어·엔터그룹이 최근 합병이나 지분투자 등을 통해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CJ그룹의 주요 계열사 CJ ENM은 같은 계열사인 CJ오쇼핑과 합병 후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 덩치를 키웠다.
이수만의 ‘SM엔터테인먼트’도 얼마 전 키이스트와 FNC엔터테인먼트 자회사 FNC애드컬쳐와 합병으로 사업 영역을 보다 넓혔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직접적인 사업 투자 혹은 인수 합병 방식 보다는 출자 방식의 지분 투자를 통해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주가 반등과 실적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SM이 인수한 키이스트의 경우 자회사 SM C&C와 사업 영역이 겹치고 있고, 실적 향상에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평가다. 또한 이수만이 몇 해 전부터 핵심 사업으로 내놓은 보이그룹 NCT도 별다른 흥행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합병한 CJ ENM도 연일 눈에 띄는 주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해당 사업은 장기적인 플랜을 두고 계획한 만큼 단기성 주가 반등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CJ ENM 합병 통해 코스닥 시가총액 2위 등극…지지부진 주가 만회 가능성은
CJ그룹 주요 계열사 CJ ENM이 콘텐츠와 상거래(커머스)의 융합 미디어 커머스를 내세우며 코스닥시장의 주도주(시가총액 2위)로 거듭났다.
하지만 합병을 통해 기업가치 상승할 것이라는 기존의 전망과 다르게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J ENM 주가는 합병상장 후 10거래일(7월 18일부터 31일) 동안 10.67% 하락했다. 이달 초 주가가 소폭 반등했으나 합병 상장 당시와 비교해 여전히 주가가 떨어진 상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CJ ENM의 주가 하락에 대해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시장 상황 악화 ▲신주전환 전 주식을 가지고 있던 주주들의 차익실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매수대금 지급을 위한 차입금 증가 등을 꼽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김현용 연구원은 “CJ ENM의 주가 하락 배경에는 합병신주 상장과 최근의 코스닥 약세장이 맞물리며 구 CJ E&M 주주들의 단기 차익실현 매물이 급증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파악된다”라고 분석했다.
NICE신용평가 오슬아 연구원은 “합병과 관련해 CJ오쇼핑과 CJ E&M에 각각 1895억원 및 3144억원의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됐다”며 “5000억원을 상회하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매수 대금의 대부분을 차입으로 조달함에 따라 CJ ENM의 합병 후 재무안정성 지표는 다소 저하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래가치는 높다는 것이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간 9,000억원에 달하는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을 확보함으로써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가 수월해졌다”며 “드라마·영화·음악에서 기획득한 한국 시장 장악력을 아시아·태평양 권역 내로 복제·확산하는 전략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케이블 방송에 의존하던 사업 영역에서 엔터 사업까지 확장하는 것도 호재로 꼽힌다. CJ ENM은 그동안 ‘프로듀스 101’ 제작과 이후 파생된 아이돌 ‘워너원’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 바 있다. 워너원은 데뷔 후 7개월의 활동 기준으로 약 130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이 가운데 25%를 CJ ENM이 가져간다. 또한 최근 한일 합작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의 흥행 여부도 관심거리다. 게다가 최근 CJ ENM은 글로벌 아이돌 그룹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오디션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한다.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외국계 증권사 CLSA는 CJ E&M이 CJ오쇼핑과의 합병을 발표한 지난 1월 CJ E&M에 대한 매도 리포트를 냈다. 목표가는 11만6000원에서 8만1000원으로 30.1% 낮췄다
노승주 CLSA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확장이라는 합병 논리가 피상적이고 두 기업의 시너지 또한 모호하다”라며 “CJ E&M 주주들은 구조적인 모바일 상거래 경쟁에 직면한, 희석된 홈쇼핑 주식을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 인수합병 몸집 거대화 SM vs 글로벌 아이돌 육성 지분투자 JYP
국내 양대 연예기획사인 에스엠(SM)과 JYP엔터테인먼트의 실험도 눈길을 끌고 있다. 에스엠은 지난 3월 배용준이 최대주주로 있는 연예인 관련 매니지먼트 업체 키이스트 경영권 지분 25.12%를 인수했다. 또한 FNC엔터테인먼트 자회사 에프엔씨애드컬쳐의 지분 30.51%를 3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FNC애드컬쳐의 기존 사업인 드라마 및 방송제작을 발전시키고, F&B와 패션 등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에스엠의 M&A를 놓고 음원 사업 외 드라마 제작 등의 사업 영역을 보다 넓히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투자증권 유성만 연구원은 “키이스트와 같은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를 인수하면서 SM의 자회사 SM C&C와 함께 사업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것이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라며 “또한 중국에서 제재이 해제될 경우에 해외 사업을 통한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게다가 키이스트는 배용준이라는 브랜드로 일본 유통망이 넓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SM C&C와 사업 영역이 겹치는 FNC애드컬쳐의 인수는 다소 반신반의한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FNC애드컬쳐는 중국을 겨냥한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제작사업을 한 곳이다. SM C&C와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지배주주 순이익을 개선시키기 위한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몇 년 간 에스엠의 사업 확장이 얼마만큼 성공을 이룰지는 반신반의한다. 이수만 대표가 지난 2016년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로 발표한 글로벌 아이돌 NCT(뉴 컬쳐 테크놀로지, New Culture Technology 약자)의 사업이 부진해서다. 아직까지 NCT는 난해한 멤버 구성 제도로 인해 국내외적으로 큰 팬층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난해한 멤버 구성 등으로 팬덤 형성이 쉽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JYP의 경우 중국과 일본 현지 엔터사와 합작한 글로벌 아이돌을 육성할 계획이다. 즉 직접적인 사업 투자 보다는 현지의 사람들을 키우고 프로듀싱하는데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에스엠과 대조적이다.
하나금융투자 이기훈 연구원은 “중국 엔터사 텐센트와 합작해 JYP가 향후 40%의 지분법수익을 인식할 중국 남자 아이돌 2팀이 데뷔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JYP의 수장이자 최대주주 박진영도 지난 6월 “일본인으로 이뤄진 걸그룹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