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가 합병 이후 자기자본 8조원이 넘는 초대형 증권사로 자리매김하면서 시너지를 구축하고 있다. IB(기업금융) 사업 영역이 보다 확대되면서 올해 2분기 실적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초대형IB 인가 여부에 따라 회사의 규모는 더욱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합병 이후에 나타난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16년 말 합병한 이후 국내 주요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직원 이탈을 기록했다. 또한 피인수 주체인 대우증권 출신과 갈등도 조금씩 표면화되고 있는 상태다.
◇ 미래에셋대우 합병 이후에도 실적 상승세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16년 합병 이후 세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실적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2분기 잠정 실적(연결 재무제표 기준)은 영업이익 21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8% 증가했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15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 4% 감소했다.
순영업수익 부문별로 위탁매매수수료수익과 자산관리(WM) 수익은 전분기 대비 각각 14.6%, 1.8% 감소한 반면 IB수익과 운용손익은 각각 75.5%, 52.7% 증가했다. 특히 투자금융(IB) 부문은 1011억원으로 분기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IB사업 수익 증가는 해외에서 대규모 투자 거래에 따른 수수료 수입 및 투자 포지션 확대 때문으로 분석된다.
키움증권 김태현 연구원은 “자가자본을 활용한 투자 및 IB딜 확대에 따른 것으로 주요했다”며 “호주 석탄터미널 채권 인수, 미국 EPIC 파이프라인 인수금융 등 1조원이 넘게 진행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IB딜로는 알파돔씨티 부동산 PF(4600억원), ING인수금융 리파이낸싱 (1조2500억원), SV Investment IPO(기업공개, 237억원), 삼성중공업 유상증자(1조5000억원) 등이 영향을 미쳤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셋대우는 IB영업을 하면서 직접적인 인수금융의 자금운용한도(Book)을 활용한 PI(자기매매)성 투자로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PI성 투자는 현재 전체 자본의 30%를 차지한다”라고 덧붙였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그동안 추진한 국내외 투자 등이 성과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IB 부문에 투자를 하게 되면 수수료 수익과 함께 출자를 통한 배당수익 등이 나오고 그것이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병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기자본 확충으로 인해 미래에셋대우의 초대형IB 진출은 시간문제다.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1분기 기준)은 8조806억원으로 발행어음을 비롯한 종합금융투자계좌(IMA) 등 신규업무 추진이 가능해졌다. 자기자본 8조원이 넘으면 고객 예탁금을 통합해 운용하고 수익을 지급하는 종합투자계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종합투자계좌 사업이 시행될 경우 기존 제1금융권에 의존하던 채권 시장의 흐름이 금융투자업계로 이동할 가교가 마련된다고 볼 수 있다. 혁신형 기업에 대해 좀더 적극적으로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투자은행(IB)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 합병 후 인력 이탈
합병 후 긍정적인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어서다. 지난 2016년 말 미래에셋이 대우증권과 합병하면서 대형 증권사 ‘미래에셋대우’로 재탄생했다. 당시 두 회사의 결합으로 미래에셋대우는 국내 최대 증권사(당시 기준 자기자본 6조6000억원)로 탈바꿈했으나 합병 후 인력 이탈도 꾸준하게 이뤄졌다.
미래에셋대우 최대주주인 박현주 고문(전 회장)는 언론에 공식적으로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인력 이탈은 피할 수 없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1분기 기준 국내 주요 증권사 가운데 1년 간 직원 이탈이 가장 많은 곳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미래에셋대우 직원 수는 4577명으로 1년 전(2017년 1분기, 4771명) 대비 194명이 줄었다. 이어 오너일가와 노동조합 간 갈등의 골이 깊은 대신증권이 직원 이탈 수가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합병한 KB증권은 지난해 1분기 2677명에서 2786명으로 100명 이상 직원 수가 늘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합병한 이후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하지 않았다. 다만 합병 이후에 인력 수가 많은 탓도 있다. 또한 조직이 변화하면서 이동하는 사람은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반기에 이미 150명을 채용했고 하반기에도 채용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업계 내부에서는 이같은 인력 이탈이 단순히 직원 개인의 자의적인 결정에 따라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합병 이후에 공식적인 구조조정은 없었다고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충분히 인력을 이탈하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혀 생소한 부서 이동, 전출 등의 방식으로 스스로 나가게 하는 방법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DB금융투자(옛 동부증권)도 강제적인 구조조정은 없었지만 저평가자 계약직 전환 이후 계약 해지 등의 방식으로 직원이 숱하게 빠져 나갔다”라며 “아무래도 박현주 전 회장(現 글로벌경영전략고문)이 기업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이상 피인수 대상이었던 대우증권 출신들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영업 담당 관계자도 “증권회사에서 영업직과 관련된 부문은 고객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회사로 쉽게 이직을 결정하기 어렵다”라며 “구조조정이 아닌 퇴사는 일반적으로 회사의 실적 압박 혹은 타 부서 전출 등이 영향을 미친다”라고 지적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