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뚱뚱하게 살 필요가 없더라고요. 수술이 무섭다고요? 비만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더 무섭습니다.”
키188cm에 몸무게 138kg, 불과 재작년까지도 고도비만이었던 박상재(30·남)씨는 자신이 “비만수술 전도사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2월 위소매절제수술을 받은 그는 약 18개월이 지난 현재 몸무게 80kg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고도비만일 당시 박씨는 고혈압, 당뇨, 지방간, 수면무호흡증, 무릎·발목 관절염 등 각종 질환에 시달렸다. 비만으로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그는 “수술 전 혈압이 210/160mmHg(수축기/이완기)까지 치솟았다. 병원에서는 이 정도 혈압이면 당장 입원해야 한다며 갑자기 뇌혈관이 터져도 놀랍지 않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상범위 혈압은 120/80mmHg 미만이다.
그런데 수술 후 관절 문제를 제외한 고혈압, 당뇨, 수면무호흡증이 모두 정상수치로 돌아왔다. 박씨는 “요즘은 몸이 날아다닌다. 건강도 좋아졌고, 무거웠던 몸이 한결 편해졌다. 사람을 만날 때도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박 씨의 수술을 집도한 이주호 이대목동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장(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장)은 “고도비만의 유일한 치료법은 수술”이라고 단언한다. 비만수술의 대가인 그는 “여태까지 나온 수많은 다이어트 방법 중에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고도비만 환자가 약이나 식이요법, 운동을 통해 살 빼는 데 성공할 확률은 1%밖에 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삶을 바꿔놓은 수준의 변화를 만드는 건 수술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부터는 수술적 치료가 고려되는 고도비만으로 봤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한다.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결국 수명을 단축시키기 때문. 이 교수는 “비만, 특히 고도비만자는 대개 오래 살지 못한다. 여러 동반질환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정신적인 문제도 야기한다. 결국 생명이 단축되는 무서운 질환”이라며 “비만 상태 자체로 여러 동반질환을 악화시킨다. 비만의 가장 큰 문제는 보기에 좋고 나쁜 것이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고도비만 인구의 비율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0년 국내 고도비만 인구가 현재의 2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남자 아동·청소년의 비만율은 26%로 OECD 평균(25.6%)보다 높다. 이 교수는 “향후 우리나라를 이끌 중요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비만으로 시름하고 있다. 고도비만이면 계단 10개만 올라도 숨이 찬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서 여러 사람들과 있기를 꺼린다. 자연히 능력 저하가 올 수밖에 없다”며 국가적인 비만 대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와 관련 최근 정부는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2018~2022)’을 마련해 비만 대응에 나섰다. 고도비만 수술도 이르면 오는 11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될 예정이다.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장인 이 교수는 최근 고도비만 수술의 급여기준을 놓고 정부와 논의 중에 있다고 귀띔했다.
또 비만과 비만수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비만은 엄연한 질병이며, 비만수술은 자연스러운 치료방법이라는 것이다. 비만수술에 대해서도 오해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서양권에서는 비만수술의 위험성(합병증 발생률)을 담석제거수술보다 낮게 본다. 그 정도로 안정적인 수술인데 국내에서는 일련의 사건으로 우려가 부풀려진 면이 있다”며 “이에 학회는 수술안정성과 효과를 토착화시킬 수 있는 수련환경을 만들고, 비만수술을 하는 기관과 의사에게 인증하는 제도적 장치를 모색하고 있다. 국민들이 가진 불안을 불식시킬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고도비만 환자들에 “비만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회 풍조는 바뀌어야 한다"며 ”고도비만환자들이 경제적으로도 의료 혜택을 볼 수 있는 시대가 곧 열린다. 절대로 혼자 힘들어하지 말고, 병원 문턱을 높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용기를 가지고 문을 두드린다면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많다”고 당부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