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자산신탁 등 부동산신탁사가 아파트 및 오피스텔 분양 사업에 직접 시행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신탁사들 상당수가 주택시장이 침체된 지방에서 분양하는 경우가 많아 신통치 못한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달에도 한국자산신탁은 대림산업과 함께 경상북도 영천시에서 아파트(e편한세상 영천)를 공급할 예정이다.
경북 영천과 같은 지방 소도시는 냉랭한 시장의 영향으로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기록하고 있어 고전이 예상된다. 미분양 물량이 많아지면 사업주체인 시행사의 리스크 부담이 커지고, 시공사도 공사대금 지급 여건이 어려워지기에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다.
◇ ‘e편한세상 영천’..고분양가에 ‘마이너스 피’ 악몽 재연?
한국자산신탁이 시행하고 대림산업이 시공을 맡은 ‘e편한세상 영천’은 해당 지역 내 첫 대형건설사 브랜드 아파트라는 장점을 갖고 있으나 높은 분양가, 냉랭한 주택시장의 영향으로 고전이 예상된다.
지역 내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경상북도 영천시는 냉랭한 주택시장 분위기로 올해 입주한 일부 아파트 시세는 분양가 수준이거나 분양가에 비해 밑도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웃돈)’ 상태라고 지적한다. 즉 입주한 아파트에 웃돈(프리미엄 가격)이 붙기는커녕 오히려 분양가 대비 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영천시 완산동 내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2015년 분양했던 ‘신성 미소지움 1차’는 현재 일부 가구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 거래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제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매물로 나온 일부 가구(84.81㎡ 기준)는 마이너스 웃돈(약 1000만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수도권과 지방의 아파트 시세 양극화가 뚜렷해지면서 지방의 초기분양률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국 민간 아파트의 평균 초기분양률(또는 초기계약률)은 81.5%로 집계됐다. 서울과 경기 지역은 2분기에도 각각 99.7%, 87.3% 초기분양률을 기록했다.
반면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지역의 2분기 평균 초기분양률은 64.8%로 집계됐다. 1분기(76.6%) 대비 11.8%P 급락한 것이다.
게다가 영천시는 2016년 이후 신규 분양 물량이 없었음에도 현재 미분양 가구가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미분양현황에 따르면 경북 영천시 내 미분양 물량은 현재(8월 기준) 227가구로 집계됐다.
높은 분양가도 부담이다. 지역 내 부동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e편한세상 영천의 분양가는 3.3㎡당 약 800만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영천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3.3㎡당 382.8만원)과 비교해 2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이는 SG신성건설이 지난 2016년 분양한 ‘완산지구 2차 미소지움 프리미엄’의 분양가(600만원) 보다 200만원 이상 비싼 가격이다. 또한 ‘완산지구 2차 미소지움 프리미엄’의 일부 가구가 분양가 대비 마이너스 웃돈인 것을 감안하면 ‘e편한세상 영천’은 부담스런 가격이라고 지역 내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초기 미분양 물량이 많아질 경우 시공사와 시행사 모두 타격을 받는다. 시행사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된 자금으로 사업을 하는 만큼 미분양이 많아지면 리스크로 이어진다. 시공사는 시행사의 규모가 클 경우 리스크 부담은 적지만 미분양이 확대되면 공사대금을 제 때 받지 못하는 우려가 있다.
다만 교통 여건 등 입지는 우수하다는 평가다. 지역 내 부동산 관계자는 “‘e편한세상 영천’은 영천역과 인접한 단지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구선 동대구~영천 구간 복선전철과 청량리~영천 간 중앙선 복선전철이 개통되면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한편 ‘e편한세상 영천’은 경북 영천 완산지구 도시개발구역 B-1·2블록(영천시 완산동 732-1번지 일대)에 들어서는 신규 분양 아파트다. 단지는 지하 1층~지상 25층 16개동, 전용 74~184㎡ 총 1210가구로 구성된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