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연금 재정 고갈, 저출산이 문제인가 고령화가 문제인가

[기자수첩] 국민연금 재정 고갈, 저출산이 문제인가 고령화가 문제인가

기사승인 2018-08-21 04:00:00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국민연금 재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저출산 문제가 이렇게 심각하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고갈 시기가 2013년 제3차 재정계산에서 발표된 2060년에서 3년 빠른 2057년으로 추계됐다. 수지적자 연도도 2044년에서 2042년으로 2년이 당겨졌고, 최대적립기금 시점도 3차에서는 2043년 2561조원으로 예상했지만 4차에서는 2041년 1778조원으로 계산됐다.

재정추계위원회는 국민연금 가입자 수가 올해 2182만명에서 2088년에는 1019만명 수준까지 감소하고, 대신 노령연금수급자 수는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65세 이상 인구 대비 노령연금 수급률은 올해 36.2%에서 점차 증가해 2070년 84.4% 수준까지 도달할 전망이다.

 

이번 발표는 저출산 경향을 고려해 출산율, 기대수명, 국제이동률을 모두 중위 수준으로 잡은 결과다. 합계출산율, 즉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보이는 평균 출생아 수는 2020년 1.24명, 2030년 1.32명이고 2040년부터 1.38명 수준을 유지했을 경우로 가정했다. 이대로라면 2088년에는 소득의 28.8%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문제는 출산율이 위원회의 예측대로 올라갈 수 있느냐이다. 현재 통계청의 합계출산율은 1.05명이고, 1.05명이 지속된다면 기금 고갈 시기는 2057년으로 같다. 그러나 ‘가입자 수 대비 노령연금수급자 수’를 뜻하는 제도부양비는 제3차 재정계산 대비 높은 것으로 계산됐고, 올해 합계출산율이 1명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기 때문에 미래세대 부담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2088년에 필요한 보험료율은 소득의 37.7%이다.

이는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보장제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령자를 부양해야 하는 노동인구가, 보험료를 내야 하는 젊은 층이 줄면 노인 빈곤율이 크게 증가하거나 젊은 층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노인 인구가 젊은 층에 비해 많다는 얘기도 되는데, 마치 ‘저출산’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거와 달리 노인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활동을 하는 젊은 인구가 더 감소하지 않는다고 해도 젊은 인구의 부담은 증가하게 된다. 국내 노인 빈곤율 및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이고, 자살 원인에는 ‘경제적 빈곤’과 ‘사회 참여 활동 저하’ 등이 꼽힌다. “직장에 있을 땐 전화도 많이 오고 약속도 많았다. 나름 잘나가던 사람이었는데 퇴직하자마자 연락이 뚝 끊겼다. 더 슬픈 건 여태 내가 쌓았던 경력들을 가지고 직업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라며 퇴직 후 상실감을 토로하던 노인이 생각난다. 노인 일자리는 노인 빈곤과 자살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게다가 노인 인구가 일정 부분의 보험료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 젊은 층의 부담도 줄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재정추계의 키워드는 저출산·고령화이다. 저출산 문제는 물론 노인이 처해있는 환경개선에도 대안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현재 정년은 만 60세이고, 사기업의 경우 퇴직 시기는 더 빨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도 “요즘 60대는 옛날 60대와 다르다”고 인정한다.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노인들의 사회 참여 활동은 그들의 인권 차원에서도, 사회 보장 차원에서도 필요한 부분이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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