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신약, 국내 환자에겐 그림의 떡?

고가 신약, 국내 환자에겐 그림의 떡?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 대표 "생명과 직결된 신약, 환자부터 살려놓고 가격 정해야"

기사승인 2018-08-21 01:00:00

“일단 환자부터 살려놓고 그 다음에 정부당국과 제약사가 약값을 결정하는 인권 원칙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20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고가신약의 신속한 환자 접근권 보장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 대표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환자에게 의약품이 제한되어서는 안 되지만 의료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부터 ‘위험분담제’를 도입, 환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암이나 희귀난치병에 사용하는 고가 신약의 재정과 치료효과의 불확실성을 기업과 보험자가 분담해 일정기간 동안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단체는 여전히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에 대한 약제 등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보건당국의 급여평가과정에서 지연·누락되는 경우가 많아 당장 약을 쓰지 않으면 생명이 위급한 환자들이 치료기회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현행 위험분담제도나 선별급여제도는 신속한 환자접근성 보장제도로서는 한계를 보인다”며 ‘1상 임상시험 후 식약처 조건부 허가제도’와 ‘신속 건강보험 등재제도’를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1상 임상시험에서 효과나 안전성이 검증되었으나 2상 임상시험이 완료되지 않아서 시판되지 않은 생명과 직결된 신약의 경우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조건부 시판 허가를 해주는 제도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며 “미국, 일본,영국도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생명과 직결된 신약에 대해서는 식약처와 심평원이 시판허가와 급여결정에 대한 심사를 동시에 진행해 신약이 시판되는 즉시 모든 해당 환자들이 건강보험 적용되는 약값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고, 그 후에 제약사과 건보공단이 약가협상을 진행해 차액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환자단체의 요구가 반영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건강보험 재정이 한정돼있기 때문에 재원을 투입함에 있어 지속가능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정부의 가격관리정책이 없다면 향후 좋은 약이 나왔을 때 국가 재정이 없어 들여오지 못할 수도 있다”며 정책 운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곽 과장은 환자단체가 제시한 ‘1상 임상시험 후 식약처 조건부 허가제’ 대해 “최근 3상 조건부약제로 허가받은 사례가 늘고 있다. 문제는 보험자로서 약의 효능이나 가격 면에서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것”이라며 “가격이나 약효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원을 투입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 재원이 한정된 입장에서 중증질환 약제에 대한 부담을 확대하거나 다른 질환 급여를 줄이는 사항에 대해서는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우선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나중에 약가 협상을 진행하는 ‘선등재 후평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했다. 곽 과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건강보험에 우선 등재돼 환자가 급여를 받는 상황에서 제약사와 적절한 협상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또 제약사와 협상이 결렬됐을 경우에 적절한 환자보호조치를 검토하고 있으나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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