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라 직장 잃고 돈 없어 병원도 못가, 집 계약도 거부 당해

미혼모라 직장 잃고 돈 없어 병원도 못가, 집 계약도 거부 당해

‘양육미혼모 실태 및 욕구 조사’ 결과, 미혼모 경제적 문제 및 차별 '심각'

기사승인 2018-08-23 00:20:00

여전히 많은 미혼모가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과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부분 미혼모의 월평균 소득이 90만원 정도에 불과하고, 직업이 없는 경우도 절반 이상이었지만 복지급여의 혜택을 받지 못해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보미 인구보건복지협회 연구원은 22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양육미혼모 실태 및 욕구 조사’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양육미혼모의 양육실태와 사회적 경험 등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 4월 20일부터 5월 8일까지 미취학 아동을 양육 중인 10~40대 미혼모 35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양육미혼모는 연령별로 20대(177명, 49.3%)로 가장 많이 차지했다. 이어 30대 129명(35.9%), 40대 34명(9.5%), 10대 19명(5.3%) 순이었다.

20~40대는 대부분 재가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자녀와 본인만 사는 비율은 54.2% 정도였다. 시설을 이용하는 연령은 10대가 73.7%로 가장 많았다.

직업이 없는 미혼모는 절반이 넘었다. 취업 상태를 살펴보면 무직은 51%, 학생 12%, 취업 37%였다. 근로 형태도 불안정했는데, 양육미혼모 중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비율은 31.6%에 불과했다.

최종 학력을 보면 중학교 졸업이 14.8%, 고등학교 졸업이 57.9%, 대학교 졸업 이상이 27.3%였고, 임신으로 인해 학업을 중단한 비율은 15%, 양육으로 인해 중단한 비율은 10.9%였다. 임신으로 인해 직업을 중단한 경우는 59.1%였고, 양육으로 인해서도 47.4%가 직업을 중단했다.

평균 월소득은 92.3만원으로 조사됐다. 소득이 없는 경우도 10%나 있었다. 평균 월근로소득은 45.6만원이었고, 없다고 답한 비율은 60.6%였다.

그런데 이들이 받고 있는 월 복지급여액은 평균 37.8만원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도 43.3%였다. 또 양육미혼모 절반 이상이 생활비, 주거비 등으로 인해 부채가 있었지만 아이 아버지나 원가족으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는 경우는 매우 낮았다.

출산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는 원가족 96.7%, 아이 아버지 88.9%, 양육 사실을 아는 경우는 각각 95.3%, 85.5%로 조사됐는데, 연락을 하는 비율은 각각 82.5%, 17.8%였다. 경제적 도움을 주는 비율도 각각 24.5%, 11.7%였다.

아이 아버지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지 않는 이유로는 더 이상 연락하고 싶지 않아서가 42.9%로 가장 많았고, 이어 아이 아버지가 경제적 능력이 없어서가 21.1%, 사는 곳이나 연락처를 몰라서 12.9%, 연락하면 양육권을 뺏길까 봐서가 10.4%로 많았다.

자녀 양육의 어려운 점으로는 재정적 어려움이 가장 컸다. 경제적 이유로 병원에 가지 못하는 비율도 본인은 63.2%, 아이는 29%를 차지했다. 이어 일 또는 학업과 육아를 같이하는 것, 아이를 키우기에 열악한 환경,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시선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양육에 필요한 도움을 영역별로 1~5점으로 측정했을 때 ▲주거 환경 4.39점 ▲아이를 위한 투자 4.53점 ▲생활비 등 경제적 자원 4.72점 ▲영양 4.15점 ▲건강관리 4.19점 ▲돌봄 지원 4.23 ▲교육지원 4.45점 등으로 집계돼 모든 영역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모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일상, 회사, 학교, 유치원 및 어린이집에서 차별을 경험한 경우도 많았다. 이를테면 의료기관 이용 시 담당자로부터 미혼모를 무시하는 말을 들었거나, 미혼모라는 이유로 주민센터 또는 구청 이용 시 냉대를 받은 경우 또는 사적인 부분을 보호받지 못한 경우, 주거 계약 시 미혼모라는 이유로 월세나 전세 계약을 거부당한 경우 등이다. 혼전 임신 후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강요받거나 따돌림을 당한 적, 성희롱 등 부정적 관계 경험을 겪은 경우도 있었다. 보육기관 이용 시에도 보육교사, 학부모 등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았다고 답한 비율도 높았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해서는 32.9%가 미혼부의 법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고, 18.7%는 아동 및 청소년기 교육 강화, 14.2%는 인식개선 캠페인 등이 진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신언항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은 “모든 형태의 임신과 출산은 가치있는 일이며, 존중받아야 한다. 또 모든 아동의 양육환경은 동등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태아가 안전하고, 산모가 출산 후 자신의 원래 자리에서 잘 생활할 수 있도록 미혼모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 건강과 재정 등 여러 부문에서의 사회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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