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왓슨’이 대학병원에 이어 종합병원까지 진출했다.
지샘병원은 22일 IBM사의 암진단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를 본격 도입했다고 밝혔다. 올해 주춤했던 왓슨 도입 움직임이 다시 활기를 띄는 모양새다.
지샘병원은 400병상 규모 의료기관으로 종합병원이 왓슨을 도입한 첫 사례다. 그동안 국내 의료기관의 왓슨 도입은 2016년 가천대 길병원을 시작으로 부산대병원, 건양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조선대병원, 전남대병원, 중앙보훈병원 등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진 바 있다.
병원 측은 3기 이상 암환자의 치료방향 설정에 있어 왓슨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채영 지샘병원 통합암병원장은 “우리 병원에는 대형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나온 3-4기 전이암 환자가 많다. 신중하게 치료방향을 정해야 하는데 의료진이 미처 놓치는 부분을 왓슨을 통해 확인할 것”이라며 “부담이 없지 않았지만 이득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 환자들에게도 우리가 제시하는 치료법이 타당성이 있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왓슨’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나온다. 최근에는 왓슨이 제시하는 치료법의 신뢰도를 의심하는 외신보도도 잇따르고 있는 상황. 무엇보다 국내 의료현장에서는 건강보험심평원 급여기준이나 해외환자 데이터와의 차이점 등이 장애물로 꼽힌다.
모 대학병원 교수는 “왓슨이 제시하는 치료법은 대부분 최신 데이터에 따른 것이라 국내 의료현실에서는 한계가 있다”며 “심평원 가이드라인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왓슨의 추천을 그대로 따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왓슨의 실효성을 낮게 봤다.
또 다른 교수는 “국내 환자의 특성이나 환경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왓슨은 이 차이를 반영하지 않는다”며 “이미 충분히 쌓인 국내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학제 진료과정을 거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지금의 왓슨은 홍보 면에서도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료분야 인공지능(AI)은 주목되는 분야다. 정부는 서울아산병원 등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한국형 AI를 개발하는 ‘닥터앤서’사업을 진행 중이다.
실제 왓슨을 도입한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왓슨이 굳이 필요하냐며 무용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면 달라질 것”이라며 “왓슨이 추천하는 치료법이 한두 가지에 그치지 않기 때문에 여러 방법 중 맞는 것을 사용해도 된다”며 “또 항암제라고 하는 것이 대부분 서양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동서양 환자 간 차이가 있더라도 미미하다”며 일각의 의구심에 반박했다.
이어 이 교수는 “물론 심평원 급여기준에 묶여있어 왓슨이 제시하는 최선의 치료방법을 쓰고 싶어도 못하는 제한은 있다. 의사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이라며 “이는 한국형 AI사업의 한계가 될 수도 있다. 최선의 치료가 아닌 우리 보험체계에 갇힌 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히려 왓슨을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