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 메릴린치가 국내 증시에서 초단타 매매를 통해 자본시장을 교란한다는 지적이 나와 한국거래소가 모니터링에 나섰다.
김현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상무는 23일 “메릴린치 창구를 통한 단타 거래가 규모 면이나 빈도 면에서 시장에 어느 정도 충격을 주는 측면이 있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릴린치는 얼마 전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합병된 외국계 대형 증권사다. 이 기업은 국내 증시의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초단타 매매로 악명이 높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메릴린치의 초단타 매매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메릴린치 창구를 통해 이뤄지는 초단타 매매는 특정 종목에 대량 매수 주문을 넣고서 다른 투자자의 추격 매수가 시작돼 주가가 오르면 팔아치우는 방식이다.
한 투자자는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메릴린치가 거대 자본으로 주가를 왜곡시켜 개인투자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면서 조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청원 내용은 해외 언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를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거래소는 “모니터링에서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럴 단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메릴린치의 직접 거래가 아닌 메릴린치 창구를 통해 거래하는 외국계 기관투자자의 알고리즘 트레이딩(컴퓨터를 이용한 자동 매매)일 수 있다”며 “만일 그렇다면 불법은 아니지만 해당 알고리즘을 분석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메릴린치를 통해 매매 판단기준 수정을 권고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