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낙태 수술한 의사에 대한 처벌을 일단 유예하겠다며 꼬리를 내렸지만, 산부인과 의사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며 낙태를 비도덕으로 분류한 고시를 철폐하라"며 다시 맞섰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30일 오후 성명을 내고 "정부는 시대에 맞는 법을 만들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들 의사회는 이달 중순 보건복지부가 낙태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명시한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을 시행한 것에 반발, 지난 28일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날 성명에서 의사회는 "우리는 한시적인 유예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낙태수술을 포함시킴으로써 여성과 의사에게 낙인을 찍는 불명예를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며 "생존이 불가능한 무뇌아조차 수술을 못하게 만든 45년 전의 모자보건법을 현실에 맞게 사회적 합의로 새로 개정해야 한다"며 요구사항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사문화된 법의 방조로 여성과 의사는 잠재적 범죄자가 되어있었고, 이제 더 이상 의사만의 책임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에 이르렀다"며 "보건복지부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현실적이고 의학적인 근거가 충분하고 사회적 합의에 의한 법을 만들라"고 촉구했다.
또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건복지부는 관련 법이 사회적 합의에 의하여 개정될 때까지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원하는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의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만약 보건복지부가 의사들에게 구체적 대처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일시적인 방편으로만 처벌을 유예하고 오히려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삼으려 한다면 우리는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한 인공임신중절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이영유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수석부회장은 "정부의 처분 유예는 근본적인 문제를 빗나간 조치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낙태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한 것 자체에 분노하는 것"이라며 "유예할 것이 아니라 비도덕적 진료행위에서 낙태를 제외하고, 시대에 맞는 모자보건법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의학적으로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피임을 해도 10%는 임신이 된다. 사회적 시스템도 없는 마당에 도대체 왜 지탄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정부가 최소한 시대에 맞는 법으로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오는 9월 4일 상임이사회를 열어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대정부요구안 및 가이드라인을 마련, 추후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