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 아동이 교실에서 소외되고 있다.
31일 ‘난청 아동의 학습권 보장’을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허민정 동아와우청각언어센터 박사는 “학교 환경에서 난청 아동들의 학습권 침해가 심각하지만 관련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허 박사에 따르면, 현재 교육청에 등록된 난청 아동·청소년은 약 3400여명, 이 중 4명 중 3명(75%)은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서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 일반 학교에 다니는 청각장애 학생은 지난 2011년 44%에서 2017년 55%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일반 학교에 다닐 정도로 인지능력, 학습능력이 정상인 청각장애 학생들이 낮은 학업성취를 보인다는 점이다.
허 박사는 “일반적으로 청각장애라고 하면 수화를 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편견”이라며 “일반인보다 청력은 낮지만몇가지 도움만 있으면 일상생활에는 문제없는 학생이 대다수(75%)다. 그런데 제도적 지원이 부족해 아이들이 기초 학업능력 부진에 시달리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국가가 난청 아동에게 언어치료, FM송신기, 구어나 수어의 통역서비스, 청능치료, 속기 지원, 개별 또는 그룹수업지도 등을 지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예산, 시스템 부족 등으로 이러한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허 박사는 ”난청 아동들이 소음 환경에서 수업을 듣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FM송수신기, 속기 서비스, 교육자료의 자막 등 보조 지원이 필요하다”며“또 청각장애 특성화 특수교육센터가 전국에 29곳이 있지만 난청 아동을 이해하는 청각장애교육 전문가가 부족하다. 특수교육지원센터에 난청 아동을 현장에서 보는 치료사, 청능사 배치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난청인교육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난청아동들은 학교생활에서 어려운 점으로 ‘학교 공부’(66.7%)를 가장 많이 지목했다. 그 다음으로는 ‘친구관계(51.9%)’를 택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공주고등학교 3학년 이우람 학생은 “수업시간에 선생님께 FM기기 사용을 부탁했지만 반응이 좋지 않았다. 또 (영어듣기 평가 시)영어지문을 아직도 못 받는 친구도 있다. 선생님께서는 지문을 보면서 들으면 너무 유리한 것 아니냐며 안주시는 분들이 있다”며 “선생님을 대상으로 청각장애인에 대한 이해교육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충무여고 2학년 김가연 학생은 “난청인 입장에서는 소리가 받침이 뭉개지고 주변소음과 함께 들린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다수의 말을 한꺼번에 듣고 반응하는 것이 어렵다”며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며칠 전부터 새로 나온 보조기기를 사용한다 확실히 음질이 좋고 잘 들리는데 천만원대 비싼 가격이 문제다. 국가가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면 우리가 더 많은 기회를 갖고 좋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난청 아동·청소년에 대한 의료기기 보험 급여 확대를 요청했다.
유영설 한국난청인교육협회 이사장은 “우리 아이들이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머리가 나쁜 것이 아니라 지원이 안되니 자연히 학습능력이 떨어진다. 인프라를 구축해서 아이들에 도움을 주면 온전히 자립할 수 있다”며 “학부모, 청각사 등 현장을 아는 분들과 논의해 실질적인 정책이 만들어졌으면 한다”며 의견을 더했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인공와우, 보청기 지원 확대는 점차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인공와우 급여 대상자는 오는 11월 1일부로 1세 이상에서 19세 미만으로 확대적용한다. 교체장치 지원도 기존에 하나만 되던 것을 두 개까지 지원을 받도록 확대했다”며 “재원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지속적으로 건강보험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