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는 더 나은 진료를 위한 도구일 뿐이에요. 앞으로 가야할 길이고, 피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윤건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원격의료는 도구”라고 말한다. 윤 교수는 앞서 보건복지부의 1·2차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직접 참여한 원격의료 전문가다.
원격의료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추진을 전면 철회했던 정부가 최근 1년 만에 재추진 의사를 밝혔기 때문. 의료계,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반발이 크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원격의료는 하나의 흐름”이라며 “과거 산업혁명 당시 사람들이 기계에 반대했듯 변화에 대한 막연한 반대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산업혁명으로 편해지고 잘살게 됐다. 원격의료도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격의료를 “환자가 병원을 찾아야만 이뤄지는 기존 진료를 벗어나 시간적·공간적 제약없이 연속적인 진료를 가능하도록 개선해주는 도구”로 정의한다. 환자와 의사의 소통을 돕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윤 교수는 “원격의료에 대한 오해가 많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오해는 ‘의료 영리화·산업화’. 그는 “원격의료를 의료 영리화나 산업화와 함께 묶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국내 의료기관의 85%가 민간에 맡겨져 있다. 비영리법인으로 운영되지만 돈을 벌고 있고 수익이 없으면 망한다. 병원에 고가의 의료기기가 들어오고, 로봇수술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원격의료만 영리화이고 산업화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논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원격의료가 도서벽지, 군부대, 교정시설 등 의료사각지대 해소는 물론, 고령화 시대에 폭증하는 만성질환자 관리와 의료비 절감에 효과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16년 발표한 2차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따르면,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원격모니터링 한 결과 혈압 및 혈당 수치가 호전되는 등 임상적 유효성이 확인된 바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의료사각지대에 국한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윤 교수는 “현재 만성질환 상위 5%가 전체 의료비 50%를 쓴다. 만성질환으로 인한 심한 중증 합병증은 멀쩡할 때 관리만 잘 해도 생기지 않는데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문제였다”며 “이 때 원격의료라는 도구를 사용하면 고민이 해소된다. 의사가 원격으로 확인하고 조언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극대화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성질환 치료는 환자를 자주 보는 것이 답이다. 의사가 아무리 떠들어도 진료실을 나가면 환자들은 잊어버리고 약만 먹는다”며 “반면 원격의료를 이용하면 다르다. 주치의가 원격으로 잘한다, 힘내라고 응원하면 거기에 부응해 관리를 열심히 하고 결과도 반드시 좋아진다. 만성질환을 보는 의사들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부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의료계의 거센 반대도 일면 이해가 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의료계에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봤다. 윤 교수는 “그간 의료보험, 의약분업 도입 과정에서 정부가 의료인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새로운 것을 도입하면서 보상을 해주겠다며 설득해놓고는 나중에 수가를 깎는 등 정부가 또 다시 희생을 요구할까봐 불안한 것이다. 정부가 의료계에 신뢰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미 원격의료의 효과는 어느 정도 검증을 마쳤고 정부만 움직이면 된다. 무엇보다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년간의 마스터플랜을 제시하고 국민 앞에 약속할 필요가 있다”며 “환자 치료에 효과적이고, 의료비를 절감하는 도구를 사용하자는 데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의과대학생들도 새로운 시도나 변화에 간절해 한다. 시범사업을 통해 원격의료에 대한 경험을 쌓는다면 지금의 불신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