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산화물이 함유된 나노베지클(nanovesicle, 나노미터 크기의 소포체)을 외부 자기장으로 손상부위까지 유도해 척수손상을 치료하는 표적치료제 개발 가능성이 제시됐다.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원장 김재화) 신경외과 한인보 교수와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김병수 교수팀은 척수손상 동물모델의 정맥에 철산화물 나노입자가 함유된 나노베지클을 주입한 뒤 체외에서 자기장을 이용해 유도하는 방식으로 치료물질의 손상부위 도달 확률을 기존의 중간엽줄기세포 정맥주입 방식에 비해 10배까지 높이는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철산화물 나노베지클 자기장 유도방식을 적용할 경우 전체 주입량의 15%가 손상부위에 도달하는 것이 확인됐는데, 이는 중간엽줄기세포를 정맥에 주입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척수손상부위 도달률이 8.5~10배 높아진 것이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나노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Nano Letters)' 최근호에 게재됐다. (Impact Factor, 피인용지수: 12.08)
기존에도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한 척수손상 치료가 여러가지 방식으로 시도됐지만 치료물질의 도달률이 너무 낮은데다 심각한 부작용이 수반돼 표적치료제 개발이 어려움을 겪어왔다.
중간엽줄기세포는 다양한 치료인자(단백질, RNA, 마이크로RNA 등)를 분비하기 때문에 척수손상을 비롯해 다양한 난치성 질환에서 일부 치료효과가 확인됐지만 종양형성 가능성, 면역거부 등의 문제가 있다. 또한 중간엽줄기세포는 수십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크기여서 정맥을 따라 이동하는 중에 폐와 간의 모세혈관이 막히는 합병증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척수에 직접 주입하는 방법은 주사 바늘로 인해 척수 조직이 추가로 손상될 수 있어 위험하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중간엽줄기세포에서 분비되는 치료인자만을 모아서 이용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단백질, RNA, 마이크로RNA 등의 물질이 들어있는 나노베지클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나노베지클을 실제 환자에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효능이 증대된 나노베지클의 대량 확보와, 정맥 주입 후 손상부위 도달 확률 제고가 과제로 제기돼 왔다.
한인보 교수와 김병수 교수팀은 이 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나노베지클에 철산화물 나노입자를 함유시킨 뒤 외부 자기장을 활용했다. 연구팀은 중간엽줄기세포에 철산화물 나노입자를 이입할 경우 일반적인 나노베지클에 비해 단백질과 RNA, 마이크로RNA 등의 치료인자가 대량으로 생성된다는 기존 연구결과에 착안해 연구를 진행했다. 또 이렇게 분비된 나노베지클에는 철산화물이 함유돼 있어 자기장을 통해 유도할 수 있다는 특성을 활용해 정맥을 통한 손상부위 도달률 증대를 시도했다.
연구결과 척수손상 동물모델의 손상부위에 자석을 올려놓고 정맥에 철산화물 함유 나노베지클을 주입한 결과 나노베지클의 손상 부위 도달률이 크게 높아졌으며, 치료효과도 더 우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한인보 교수는 “동물연구를 통해 척수손상 표적치료제의 안전성과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앞으로 척수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MRI 등 자기장을 이용하는 의료장비를 적용해 나노베지클 임상시험을 진행할 초석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