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 산하 국립대병원 지부와 지방의료원, 민간중소병원지부 등 조합원 1만8000명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마치고 12일 전면 파업을 예고했다. 이미 광주기독병원지부는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쟁의행위를 예고한 노동조합은 전남대학병원지부, 부산대학병원지부, 부산대치과병원지부, 전북대학병원지부, 층남대학병원지부, 을지대을지병원지부, 광주시립요양병원지부 등이다. 1만7580명의 조합원 중 1만3039명(74%)이 찬반투표에 참가, 92%가 쟁의행위 돌입에 찬성한 상황.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0일과 27일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서를 제출,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노사간 막판 교섭도 한창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최종 교섭이 결렬되면 12일 이후부터 필수유지 업무를 제외한 전 부서에서 합법적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이 지경까지 상황이 악화된 이유는 뭘까? 김혜란 전남대병원지부장의 말에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김 지부장은 “정부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고 생명과 안전에 관한 업무는 마땅히 정규직이 담당해야하지만, 전남대병원은 여전히 비정규직이 많고 심지어 신규 직원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명백히 정부 정책에 반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지부장은 “전남대병원은 6월 11일,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한 ‘근로조건 자율개선을 위한 점검’을 받은 결과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휴게시간 미보장 등 14개 항목에서 법을 위반했다고 지적받았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미지급 임금이300억원에 달하고 있다. 그럼에도 병원 측은 연장근로수당, 야간수당 미지급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10억원 내에서 해결하자고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전남대병원 측은 “현재 노사 교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서로의 이견을 좁혀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타협점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전북대병원도 “그간 노사 협의를 위해 서로 노력을 하고 있었지만 이견이 있었다. 병원은 쟁의 행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진 않지만, 원만한 타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혜란 지부장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병원 노동자의 직종 간 승진과 승급의 차별금지, 주 52시간 초과노동 금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인력확충 등은 병원의 규모와 위치를 막론한 조합원들의 요구이자, 보건의료노조의 오랜 문제제기였던 것을 감안하면, 병원 측의 ‘원만한 타결 노력’이란 해명은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보건의료노조 박민숙 부위원장은 “가령, 전북대병원의 경우 올해 단체 협약의 주된 내용은 병원 의료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였다. 이 문제는 환자 안전과 생명에 직결되기 때문에 정규직화를 통해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환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관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부위원장은 “병원 사업장의 인력 부족이 심각하고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장시간 노동시간으로 인해 병원 노동자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환자들도 안전하게 치료받을 권리를 빼앗기고 있다. 안전한 병원을 위해 ‘환자존중’, ‘직원존중’, ‘노동존중’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