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이란 광고 홍보를 위해 설치하는 안내판을 말한다. 또 사람이나 회사 등을 대표할만한 특정 속성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10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식품제조업체 더블유윈에프엔비의 ‘우리밀 초코블라썸케익’을 먹고 식중독 증세를 보이는 학생은 2200여명에 달한다.
문제의 제품은 지난 8월 8일부터 9월 5일까지 7480박스 생산됐으며 이 중 3422박스가 풀무원 계열사인 푸드머스를 통해 공급됐다. 제품이 공급된 곳은 학교 169곳, 유치원 2곳, 푸드머스 사업장 12곳, 지역아동센터 1곳 등 184곳이다.
문제가 발생하자 풀무원 푸드머스는 제품을 전량 회수했으며 이틑날인 지난 7일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또 24시간 피해상담센터를 운영하며 피해보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식중독 케이크 사고의 가장 큰 문제는 더불유윈에프엔비의 공장이 2016년 5월 국가로부터 해썹(HACCP) 인증을 받았다는 것이다.
해썹은 식품안전관리의 기준으로 식품 원재료, 제조, 가공, 조리, 유통 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위해요소를 확인하고 지정·관리한다. 따라서 해썹 관리를 받았다는 것은 전 과정에 있어 안전하다는 ‘도장’을 받은 것이다.
해썹 인증을 받은 곳에서 문제가 생긴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해썹 인증업체의 식품위생법 위반 현황은 2015년 187곳에서 2016년 239곳, 2017년 291곳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해썹 인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지난해 ‘살충제 계란’ 대란과 관련해서도 살충제를 사용한 농가의 59%가 해썹 인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유통사가 ‘바른 먹거리’를 내세웠던 풀무원의 계열사라는 점도 문제다. 엄밀히 따지자면 근본적인 책임은 문제가 발생한 케이크를 제조한 더블유윈에프엔비에 있다. 풀무원 푸드머스 역시 사고 다음 날 발표한 사과문을 통해 제조사는 더블유윈에프엔비이며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문제의 원인을 거슬러서 찾는다면 끝이 없다. 제품울 유통한 풀무원 푸드머스의 잘못이고, 이를 제조한 더불유윈에프엔비의 문제다. 해당 업체에 해썹을 준 정부가, 어쩌면 현재의 해썹 시스템으로 걸러낼 수 없었던 살모넬라균이 문제일 수 있다.
풀무원 푸드머스는 제품을 유통했던 유통사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책임을 지고 있다. 제조업체의 위생과 내부안전기준을 재점검했고, 원재료와 완제품에 대한 원인을 정밀 조사해 재발방지를 위한 종합대책도 마련할 방침이다.
또 위생·품질관리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식중독 예방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선진국이 운용하고 있는 글로벌 품질안전관리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식중독에 걸린 소비자들이 먹은 제품은 ‘풀무원 푸드머스’의 케이크다. 적어도 소비자들이 인식한 ‘간판’은 풀무원인 것이다.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소비자, 그리고 풀무원 푸드머스가 됐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