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양예원 웃는 사진에 “역겹다”…멈출 기미 없는 2차 가해

[친절한 쿡기자] 양예원 웃는 사진에 “역겹다”…멈출 기미 없는 2차 가해

양예원 웃는 사진에 “역겹다”…멈출 기미 없는 2차 가해

기사승인 2018-09-13 00:00:00

3년 전 피팅 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성추행 당하고 노출 사진이 유포됐다고 폭로한 유튜버 양예원(24)씨. 그에 대한 2차 가해가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양씨가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인물과 찍은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그의 미소를 향해 네티즌들은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자기 때문에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웃음이 나오나’ ‘역겹다’ ‘인간이 맞나’ ‘피해자라면 이럴 수 없다’는 등 댓글이 줄줄이 달렸습니다. 

양씨에 대한 2차 가해는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5월, 양씨가 피해사실을 최초 폭로한 뒤 포르노 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유출된 사진을 보고 싶다는 글이 곳곳에서 올라왔습니다. 서울 한 고교생이 졸업앨범 사진 촬영 중 양씨를 조롱하는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결국 사과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 학생은 양씨가 당한 일을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표현했죠.

그를 향한 ‘여론 재판’은 지난 7월 최고조에 다다랐습니다. 양씨 사진 유출 혐의를 받던 스튜디오 실장 정 모씨가 경찰 조사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입니다. 정씨는 A4 1장 짜리 유서에 ‘경찰이 피해자의 진술만 들어준다’는 취지의 글을 남기고 북한강에 투신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양씨를 무고죄로 처벌해달라’, 심지어는 ‘국민 전체 도덕성을 타락시킨 양씨를 사형시켜달라’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지난 5일 열린 1회 공판기일에서 ‘비공개 사진 촬영회’ 모집책 최모(45)씨는 사진 유포 사실을 자백했습니다. 다만 성추행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최씨가 지난 2015년 서울 마포구 합정동 소재 한 스튜디오에서 한 여성 모델에게 '옷을 빨리 갈아입으라'고 다그치며 성추행하고, 그 다음해에는 양씨 속옷을 들춰 성추행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경찰 추가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는 8명까지 늘어났습니다.

비난의 화살이 피해자에게 돌아간 사례. 또 있습니다. 지난 3월, 제자 성추행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던 영화배우 조민기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조씨가 숨진 뒤 피해자들은 ‘유가족에게 찾아가 빌어라’ ‘넌 살인자다’ ‘널 죽이겠다’는 등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죠. 물론 가해자에게 일어난 일은 유감입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피해자가 겪은 피해 사실이 폄하되서는 안됩니다.

지난 5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성명을 통해 “(사진 유포) 가해자는 자신의 가해 사실이 밝혀진 기사 댓글란에서조차 양씨만큼 악플에 시달린 적이 없다”며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고통받는 부조리한 상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가해자는 재판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혐의를 극구 부인하며 피해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데 일조했다”며 “(그런데도) 대중들은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보다도, 가해 사실을 부인하다 결국 자백한 범죄자 말을 더 신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피해자에게 웃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이 초췌한 모습, 어두운 표정으로 눈물 지어야만 합격인 걸까요.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개념조차 모호한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것.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달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는 피해자 김지은씨의 행동이 피해자답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거센 반발에 직면해야 했죠.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가 한 갤러리 대표의 직원 성추행 사건에 대해 “성범죄 피해자라면 당연히 취해야 할 행위를 일반화, 유형화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과 대비됩니다. 성범죄 피해자에게 거침없이 가해지는 2차 폭력. 다 같이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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