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본시장에서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대기업의 지주사 전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지주회사 전환 인가가 다음달 내로 매듭지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 금융감독원에 우리금융지주회사로의 전환 인가를 신청했고 승인이 나면 내년 초 지주사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현대차와 삼성도 지주회사 가능성 여부는 열려 있는 상태입니다. 현대차의 경우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모비스와 현대차를 합병한 뒤 지주회사로 전환하라고 압박하고 있고, 삼성의 경우에도 공정위 등 정부 측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지주회사 전환은 대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간단하게 알아보고자 합니다.
◇ 지주회사 의미와 배경
지주회사는 자신이 지배회사(모회사)가 되어 타 기업이나 산하에 있는 자회사의 주식을 전부 또는 지배가능 한도(보통 50%초과)까지 매수해 그 자회사를 지배하는 회사를 의미합니다. 순환출자와 비슷한 면이 있지만, 지주회사 지분구조가 훨씬 간단하고 명확해, 계열사 간 출자 고리에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란 주식의 소유를 통해 자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로서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고,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의 주식가액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회사를 말합니다.
대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본격화됩니다. 외환위기 이후 소수 지분에 의한 순환출자구조로 지배구조의 불안정성이 증가하자, 정부는 지주회사 강제 전환 등의 법 개정을 통해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하고자 했습니다.
초기에는 대기업들은 높은 전환비용 및 복잡한 절차 때문에 처음에는 지주회사 체제를 기피했으나 지난 2003년 3월, 국내 재벌 중 최초로 LG그룹의 ㈜LG가 순수지주회사로 출범해 성공적으로 그룹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모습을 본 기업들이 지주회사 체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법은 크게 공개매수형, 주식교환형, 회사분할형(물적・인적 분할) 등으로 구분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막대한 현금을 들이지 않고 자회사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인적분할과 주식교환 방식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4월 현대중공업 인적분할을 통해 현대중공업지주를 정점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현대중공업지주→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체제로 변경했습니다.
◇ 지주회사 전환이 대기업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
지주회사 전환은 역설적으로 복잡한 지분 구조 해소와 지배구조 체제로 강화에 영향을 미칩니다. 지주회사 전환의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LG그룹입니다. 지난 2003년 3월 1일 재계 2위인 LG그룹이 국내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변모했습니다. ㈜LG가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49개의 LG 계열사 중에서 LG전자와 LG화학 LG칼텍스정유 등 34개사가 그 밑으로 편입됐습니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12개 계열회사는 LS그룹으로 분리되었고, 2004년에는 지주회사 ㈜LG가 ㈜LG와 GS홀딩스로 인적분할됐습니다.
LG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을 하면서 대주주의 지배력은 강화됐습니다. 지주회사 전환 이전에는 ‘구-허 양대 창업가문’이 주식을 고루 나눠 갖고 있어 지분구조가 매우 복잡했습니다. 분명한 주인이 없는 상태였습니다.하지만 지주회사 체제전환이 결정되자 오히려 대주주들이 뜻을 모아 지분을 모으거나 현물로 출자함으로써 핵심기업에 대한 지분을 크게 높일 수 있었습니다.
LG그룹 지주회사 설립 과정상의 두드러지는 특이사항은 우리나라 최초로 유상증자를 통한 공개매수를 실시하여 추가 자금 투입 없이 자회사 지분을 확보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현재도 LG그룹 지주회사 전환을 대기업 지주사 설립의 모범사례로 불리어집니다.
또한 지주회사 제도는 출자구조를 단순하게 유지해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거나 공동 투자가 필요한 경우에 더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작년부터 금융계열사 정리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DGB금융지주의 사정으로 하이투자증권 M&A가 지연됐지만 최근 다시 매각이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입니다.
◇ 지주회사 전환 말처럼 쉽지 않다
지주회사 전환은 오너와 핵심 임직원들의 의지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지주회사 전환이 지배구조 개편에 긍정적인 요소가 있지만 기업가치 훼손 논란에도 자유롭지 못해서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2013년 동아제약은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진 적이 있습니다. 당시 동아제약은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두 개의 분할 신설회사를 설립합니다. 전문의약품 사업을 인적분할한 동아에스티, 일반의약품 사업을 물적분할한 동아제약 등을 만듭니다.
존속회사는 ‘동아쏘시오홀딩스’라는 사명으로 자회사를 경영 관리와 바이오사업을 하는 지주회사로 변모합니다. 하지만 물적분할하는 동아제약을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자회사(100% 지분)로 만들겠다고 하자 국민연금을 비롯한 일부 기관 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이 크게 반발했습니다. 동아제약은 그룹의 주요 수익창출원인 ‘박카스’ 사업이 포함돼 있어서입니다. 결국 동아제약은 “주주가치 보호에 노력하겠다”고 호소한 결과 논란 끝에 분할 원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또한 지배기업에 대한 지분 구조 상 총수(오너)의 지배력이 크지 않을 경우 지주사 전환이 ‘악수’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딜레마입니다. 얼마 전까지 삼성 측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지주회사를 검토해왔습니다. 특히 지배구조 측면에서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한 후 총수일가와 삼성물산 등이 보유한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회사 주식으로 교환하면 지배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 이후 미래전략실 해체로 인한 컨트롤타워가 부재하고 계열사 각자도생이라는 방안이 마련되면서 지주회사 전환은 사실상 어려워 졌습니다. 삼성전자 측도 공식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정부의 압박도 있기에 강제 지주회사 전환을 선택해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5월 10대그룹 CEO와의 간담회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삼성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다시 한번 압박을 가했습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의 또 다른 방안은 삼성물산이라고 지목하고 있습니다. 하이투자증권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관련해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 행보 가능성을 주목했습니다.
하이투자증권은 “우선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43.4%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삼성전자에 팔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300조원으로 1% 지분을 인수하는 데 3조원의 현금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최근 삼성물산이 한화종합화학 지분 매각을 추진했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자금 마련을 통해 지분을 매입한다고 하더라도, 삼성물산은 공정거래법상 지주비율(보유 자회사의 주식가액/자산총액)이 50%를 초과하게 됩니다. 결국 이렇게 되면 지주회사 체제로 강제 전환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는데 이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