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집②] “삼촌이 ‘에이틴’도 알아?”… 추석 연휴 ‘인싸’ 어른 되는 키워드 5

[추석 특집②] “삼촌이 ‘에이틴’도 알아?”… 추석 연휴 ‘인싸’ 어른 되는 키워드 5

“삼촌이 ‘에이틴’도 알아?”… 추석 연휴 ‘인싸’ 어른 되는 키워드 5

기사승인 2018-09-24 07:00:00

10대들의 트렌드는 빠르게 바뀐다. 지난해 추석에 좋아한다고 했던 아이돌을 지금도 좋아한다거나, 지난 설에 하던 게임을 아직까지 한다는 보장은 없다. 아무 준비 없이 손주, 조카들에게 지나간 시대의 이야기를 꺼냈다가 오히려 어색함만 커지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그래서 준비했다. 추석 전 미리 검색해 볼만한 ‘10대 취향 저격 콘텐츠’ 키워드(2018년 9월 기준). 이 다섯 가지 중에 하나 정돈 네 조카 취향이 있겠지.


△ ‘방탄소년단’(BTS), ‘워너원’(Wanna One)

아이돌 이야기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특정 아이돌이 인기가 많다고 해서 모든 10대들이 그들을 좋아하리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10대들이 팬일 가능성이 가장 많은 아이돌 그룹을 꼽으라면 단연 그룹 방탄소년단과 워너원이다.

방탄소년단은 작곡, 작사가 가능하고 팬들에게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점이 특징이다. 멤버 교체나 구설수가 없는 것이 자랑이지만 거꾸로 멤버들의 인지도가 낮은 편인 건 사실이다. “엑소가 더 인기 많지 않니”, 혹은 “방탄은 왜 떴는지 모르겠던데” 등의 발언은 삼가는 것이 좋다.

워너원은 지난해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이다. 직접 팬들의 손으로 멤버를 뽑고 팀 이름을 짓고 타이틀곡을 고른 그룹이어서 애정도 남다르고 유독 멤버 개인 팬이 많은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올해 말 활동 종료를 앞두고 있어 팬들의 마음이 초조할 가능성이 높다. 누구 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난 ○○이 좋더라”라거나, “해체하면 끝인 거 아냐?” 등의 발언은 좋았던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

공통적으로 “그런 애들 좋아할 시간에 공부나 더 해라”라거나 “걔네한테 돈을 얼마나 썼냐”는 말은 ‘앞으로 난 너와 대화를 하지 않겠다’, ‘나는 네가 싫다’는 의미로 들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걸 기억하자.


△ ‘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Show Me The Money777)

10대들이 아이돌 그룹만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요즘의 청소년들에게 힙합 음악의 인기는 생각 이상으로 높다. 아무 이유 없이 Mnet ‘고등래퍼’가 시즌2까지 나오고, ‘쇼미더머니’에 출연한 10대 래퍼들이 나이 많은 형들을 찍어 누르는 게 아니다. 1980~90년대 국내외에서 록 음악이 크게 유행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쇼미더머니’의 일곱 번째 시즌인 ‘쇼미더머니 777(트리플세븐)’이 최근 방송을 시작한 만큼 한 편이라도 챙겨보면 대화를 나누기 쉽다. “나플라 진짜 잘하더라”나 “마미손 탈락이 아쉬웠다”는 식으로 가볍게 말을 건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매드클라운이 마미손 아니라던데?”, “넌 10대니까 디아크 응원하니”, “그 있잖아, 쇼미더머니 칠칠칠” 등의 발언은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자.

물론 “밤늦게 그런 프로그램 볼 시간에 일찍 자고 공부나 더 해라”라거나 “디아크랑 최은서는 저 나이에 저렇게 잘해서 돈도 버는데 넌 뭐했냐”는 식의 말은 ‘너에게 잊지 못할 마음의 상처를 주겠다’, ‘당장 내 앞에서 사라져라’라는 의미로 들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걸 기억하자.


△ ‘에이틴’(A-TEEN)

요즘 10대들은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대신 휴대전화로 각종 영상을 즐겨보는 추세다. 그렇다고 드라마는 보지 않는다고 오해해선 안 된다. 웹드라마 ‘에이틴’의 인기가 그 증거다. 18살이 된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에이틴’은 최근 10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웹드라마다. 매주 수, 일요일 각종 SNS와 포털 사이트에서 공개될 때마다 매번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건 기본이고, 하루 만에 100만 조회수를 찍을 정도의 폭발력을 자랑한다. 최근 24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했지만, 시즌2 제작이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틴’은 10~15분 분량으로 상대적으로 짧아 금방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내용을 잘 모르더라도 “넌 어느 커플이 제일 좋았어?”라거나 “시즌2 빨리 하겠지?”라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무난하다. 하지만 “난 어린 애들 나오는 거 재미없더라”, “휴대전화로 드라마 못 보겠어”라는 이야기는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당연하게도 “공부 안 하고 그런 거 보라고 아빠가 휴대전화 사줬냐”라거나 “학생이 쓸 데 없이 연애 같은 거 할 생각하지 마라”는 식의 말은 ‘네 얼굴도 보기 싫다’, ‘나는 너를 괴롭히는 꼰대다, 나는 진짜 꼰대다’는 의미로 들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걸 기억하자.


△ ‘배틀그라운드’(PLAYERUNKNOWN'S BATTLEGROUNDS)

10대들에게 게임 문화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빨리 10대들이 선택한 게임이 곧 트렌드가 되는 경우도 많다. 몇 년 전까지 일명 ‘리그 오브 레전드’(LOL)와 ‘오버워치’가 인기였다면, 최근엔 ‘배틀그라운드’가 출시 약 1년 만에 대세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배틀그라운드’는 외딴 섬에서 떨어진 100명의 플레이어가 다양한 무기와 전략을 이용해 최후의 한 명, 혹은 한 팀이 살아남는 순간까지 전투를 펼치는 MMO 슈팅게임이다. 최종 1인으로 선정되면 ‘이겼닭!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이라는 문구가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처음엔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이었지만, 피의 색깔을 바꾼 청소년 버전이 나왔다. 지난 5월 모바일 버전으로도 출시돼 휴대전화로도 즐길 수 있다.

“너도 딩셉션이나 윤루트 방송 보니”, “이번에 업데이트 된 총기류는 써봤니?”라고 말하면 눈빛이 반짝이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기면 치킨 준다던데 어디서 먹는 거니”, “내가 군대에 있을 때 말이야”라는 이야기를 꺼내면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을 수 있다. 역시나 “누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총 쏘는 게임이나 하라고 했냐”라거나 “PC방 갈 돈은 어디서 나오는 거냐” 등의 말은 ‘난 네게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사람이다’, ‘지금도 내가 싫겠지만 더욱더 싫어해라’는 의미로 들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걸 기억하자.


△ ‘유튜브’(YouTube)

지금 10대들은 유튜브와 함께 자란 세대다. 어린 시절부터 TV나 비디오테이프가 아닌 유튜브로 애니메이션을 접했고, 궁금한 것이 있거나 학교 숙제가 있을 때도 포털 사이트 대신 유튜브로 해결하는 이들이 많다. 직접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자신이 찍은 영상을 올리는 10대들도 늘어나고 있다. 유튜브가 청소년들의 일상과 삶에 미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훨씬 더 높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10대들에겐 어떤 유튜버를 얼마나 자주 즐겨보는지에 따라 각자의 개성과 취향이 세밀하게 나뉜다. 따라서 유튜브에 대한 설명을 들어도 성인들은 이해하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대화를 나누려면 일단 즐겨보거나 좋아하는 장르부터 파악하는 것이 좋다. 이후 어떤 채널을 주로 보는지를 묻고 그 채널을 마음에 들어하는 이유를 알아가는 것이 무난하다. “재밌어서”, “그냥 좋아서”라는 답이 돌아와도 당황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의 취향에는 누군가를 설득할 만한 그럴듯한 이유가 필요 없는 것이 당연하다. 혹은 정말 좋아하는 채널은 숨겨두고 적당한 채널을 언급하며 둘러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허락 없이 깊게 파고드는 것은 관계를 지속하는 데 해로운 행동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그런 영상 볼 시간에 공부나 해라”, “공부 핑계로 쓸데없는 거 보는 줄 모를 것 같냐”, “몰래 야한 영상 보다가 걸리면 혼난다” 등의 말은 ‘네가 아는 어른 중에 가장 최악의 어른이 나다’, ‘앞으로 추석 때 보지 말자’는 의미로 들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걸 기억하자.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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