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가 이용객 사은행사, 조형물 설치사업 등에서 비용을 면세점 사업자들에게 떠넘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항공사 갑질에 이은 ‘공항 갑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이 인천공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동프로모션 사업 방식으로 지난해까지 면세사업자들이 낸 비용은 287억원에 달한다.
인천공항공사는 2006년부터 이용객 사은행사 성격인 ‘공동프로모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면세구역을 ‘에어스타 애비뉴’라는 명칭으로 브랜드화하는 것으로 계절별 인테리어·디자인 통일, 대형장식물 설치, 이벤트·광고·홍보 등이 주 내용이다.
사업비는 연평균 32억원으로, 이중 80%는 면세사업자가 낸다. 인천공항은 20%만을 부담해왔다. 인천공항 입장에선 돈을 크게 안 들여 행사를 치르고 덕분에 면세점 매출이 늘면 임대수익까지 덤으로 챙기는 구조다. 면세점 임대료가 매출액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인천공항은 스스로 ‘삥 뜯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2012년 실시된 내부 특정감사 보고서는 “면세사업자들이 공사(인천공항)를 갑을 관계로 보면서 불이익을 우려한다”며 “비용분담은 ‘삥 뜯기’로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 보고서는 “면세사업자들은 이미 매출의 40%를 임대료로 내고 있어 추가부담을 재고해야 한다”면서 “흑자 규모 등을 고려하면 공사가 비용 전부를 부담할 능력과 명분이 충분하다”고도 했다.
그러나 감사 이후에도 ‘비용 떠넘기기’는 계속됐다. 감사 직후인 2013년 면세사업자는 총사업비의 80.9%를, 2014년에는 77.7%를 냈다. 2015년의 경우 면세사업자 부담 비율은 96% 이상에 달했다.
이같은 일은 2017년 제2터미널 구축 당시에도 이어졌다. 인천공항은 면세구역 대형 랜드마크 조형물 설치사업 제작비 총 21억 중 15억을 면세사업자들에게 부담하도록 했다. 면세점 입찰 당시 아예 제안요청서에 입찰자들이 조형물 설치비용을 포함한 계획안을 제출하게 하고, 이를 평가해 점수를 주는 방식이었다.
이와 관련 이용호 의원은 “전형적인 갑질 문화”라며 “사기업도 아닌 공공기관에서 이 같은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안이 더욱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어 “면세점을 대상으로 한 인천공항의 갑질은 입점업체 간 가격경쟁을 위축시켜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가 전가된다”며 “국토부는 책임 있는 감독기관으로서 감사에 나서 이번 사안을 면밀히 살펴보고, 재발방지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