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비인가 행정정보 무단 유출 논란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청와대는 심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허위사실이라며 평가 절하하고 있다. 또한 기획재정부는 보좌진뿐만 아니라 심재철 의원을 검찰에 고소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논란을 ‘국가기밀 탈취사건’으로 명명하고 심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또한 심재철 의원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을 사퇴하지 않을 경우 국정감사 파행도 불가피함을 경고했다.
이에 반해 한국당은 ‘야당탄압을 중단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낙연 국무총리 등 관련자에 대한 책임 추중과 함께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심재철 사태, 어떻게 시작됐나
이번 사태(불법 자료유출)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 의원이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지난 4일부터 10여일 동안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재정정보원이 운영하는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에 접속, 예산·회계 관련 자료를 불법 열람 및 다운로드한 혐의로 심 의원 보좌진 3명을 검찰에 18일 고발했다.
검찰은 고발 3일만인 지난 21일 심 의원실과 보좌진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에 심 의원과 한국당은 ‘야당탄압’이라며 강력 반발했고, 입수한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또한 심 의원은 지난 18일 ‘백스페이스’ 키를 눌러 디브레인에 접속하는 장면을 공개 시연하며 기재부가 승인해 준 아이디(ID)를 통한 정상적인 접근임을 강조했다. 또한 19일에는 김 부총리 등을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김의겸 대변인 논평을 통해 “아이들 손버릇이 나쁘면 부모가 회초리를 들어 따끔하게 혼내는 법이다. 5선의 국회의원으로서, 국회의 어른으로서 후배 정치인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주시기 바란다”며 자숙을 촉구했다.
하지만 심 의원은 이런 압력에 굴하지 않고 청와대 관련 내용을 계속해서 폭로하고 있다. 심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서는 청와대 업무추진비를 술집 등에서 유용했다는 것과 청와대 직원들이 회의참석수당을 부당 수령한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같은 폭로와 관련 청와대는 기자회견을 열어 즉각적으로 반박했다. 청와대의 인사와 재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정도 총무비서관은 28일 브리핑을 통해 “국민들이 민의를 잘 대변하고, 정부를 잘 되게 견제하라고 예비비로 많이 올려 보내 주셨는데 이렇게 늑대소년처럼 지금 세 차례에 걸쳐서 하시는 의도가 뭔지 궁금하다”면서 “청와대 비서관에게 회의 참석 수당을 부당하게 지급했다는 주장은 하셨는데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반박했다.
◇정부, 현역 국회의원 고발…여당 “심 의원 사임 안하면 국감 일정 합의 안해”
청와대의 강경 대응에 정부와 여당도 심 의원과 자유한국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우선 기재부는 지난 27일 비인가 행정정보를 제3자에게 공개한 혐의로 심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심 의원의 보좌진을 고발한지 10일만에 해당 국회의원을 고발한 것. 국정감사와 관련 국회의원을 고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란 평이다.
기재부 김용진 2차관은 “대통령비서실의 예산집행 내역 등 자료의 외부 유출과 공개가 계속 반복돼 심 의원을 사법기관에 추가 고발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됐다”면서 “심 의원실 보좌진들이 정상적 방식으로 접속한 것은 맞지만 문제는 로그인 이후 비인가 영역에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고 비인가 자료를 불법적으로 열람·취득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차관은 기재부, 국세청 등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기관뿐만 아니라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국무총리실, 법무부, 헌재·대법원 등 헌법기관과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도 포함한 37개 기관의 자료가 유출됐다고 설명했다. 이들 자료가 유출되면 통일·외교·치안 활동 관련 정보가 노출되고 국가안보전략이 유출될 우려가 있으며, 주요 고위직 인사의 일정·동선 등 신변 안전에도 위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여당인 민주당도 심 의원을 28일 비인가 행정정보 무단유출 논란을 일으킨 심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며 정부의 대응에 보조를 맞췄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이날 최고위원회회의에서 “정부가 보좌진에 이어 심 의원을 고발하기로 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면서 “정상적인 의정활동이다, 야당 탄압이다는 궤변을 그만두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명백한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행위를 두둔하는 것은 공당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면서 “심 의원은 불법 유출 자료를 당장 반환하고 검찰 수사에 즉각 응해야 한다. 당에서는 심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심 의원이 활동하고 있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병원·김경협·김두관·김정우·박영선·서형수·심기준·유승희·윤후덕·이원욱·조정식 등 민주당 의원들도 가세했다. 이들은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심 의원과 기획재정부가 맞고소한 현 상황에서 심 의원이 기재위 위원으로 기획재정부를 감사하는 것은 공정한 국감이 될 수 없다”면서 심 의원의 기재위 위원 사임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강병원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을 만나 “(심재철 의원의) 정보가 새게 되면 헌법재판관뿐만 아니라 청와대 고위인사, 대법관, 장차관들의 주요한 동선들이 드러난다. 만약에 이런 중요한 사안에 관련해서 정보가 필요하면 도청도 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정보들이 사전에 유출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이 국가기밀이고 중요한 사안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유승희 의원도 “국감 파행이 아닌 국감의 정상 진행을 위해 한국당에서 심 의원을 빨리 사퇴시켜야 한다”면서 “국정감사 전체를 마비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이 있을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재위 민주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은 “심 의원이 기재위원을 사보임하지 않으면 국정감사 일정에 합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당, 심재철 구하기 나서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었던 지난 17일 김성태 원내대표는 “얼마전까지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심 의원실을 이렇게 압색하는것은 명백한 야당 탄압”이라면서 “처참한 야당 탄압의 현장에서 통탄을 금치 못하겠다. 한국당은 이런 야당탄압 행위에 대해서 앞으로 강도 높은 대처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은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지자 이를 막기 위해 소속 의원들에게 동원령을 내리기도 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도 이날 “정기국회 기간에 의원실을 압수수색한다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도대체 이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한 이유가 무엇인지 한국당이 앞으로 낱낱이 밝힐 것”이라고 거들었다.
또한 기재부가 심 의원을 검찰에 고발하자 김성태 원내대표 등 한국당 원내지도부와 의원들은 28일 대법원을 항의방문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세상에 피감기관 기관장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그것도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정감사 자료를 확보하는 과정에서의 문제를 가지고 고발을 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졌다”면서 “사실상 대한민국 국회는 이제 문을 닫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 차원에서 정부에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심 의원을 고발하겠다는 기재부 2차관을 검찰 고발하고 반의회주의적 폭거를 자행한 김동연 기재부장관과 박상기 법무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할 것을 심각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자유한국당은 확보된 자료를 근거로 청와대와 정부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면밀히 분석해 부정사용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용자에 대해서는 공금유용 및 횡령 혐의로 전원 검찰에 고발하고, 그 법적인 책임을 물어가도록 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밝힌다”면서 “포괄적인 책임을 물어 이낙연 총리가 국민과 야당 앞에 분명히 사과하고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