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유가 상승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철강 업계와 마진율 악화가 우려되는 정유·화학 등 산업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1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Opunet)에 따르면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72.12달러로 전날보다 55센트 상승했다. 영국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브렌트유(Brent)는 전일 대비 38센트 오른 81.72달러를 기록했고 싱가포르에서 거래된 두바이유(Dubai)는 80.36달러로 전날보다 가격이 32센트 올랐다.
국내에 가장 많이 수입되는 두바이유의 가격 상승률은 2014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처럼 유가가 급등하는 이유는 미국이 다음달 이란에 대한 원유 거래 제재를 재개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 OPCE 산유국이 미국 제재로 인한 이란의 원유 공급 감소분을 채울 증산 조치에 합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 선언과 함께 동맹국들에게 이란산 석유 수입을 제로 수준으로 낮출 것을 요구한 상황이 국제 유가 상승의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와 화학업계는 국제유가 상승이 업황에 끼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유 업계는 급등하는 유가가 초래할 정제 마진 악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정제마진은 정유사 수익성을 나타내는 원료비를 제외한 마진을 뜻한다. 휘발유·경유·나프타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운임비·정제비용을 뜻한다. 정유업체 수익성을 좌우하는 지표로 지난달 정제마진은 전월 대비 1.3달러 상승한 6.56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기준 정제마진이 당장 나쁘지는 않다”며 “하지만 현재와 같은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정제마진이 하락할 수 있다. 게다가 정제마진 감소와 함께 원유 가격이 오르면 당연히 국내 유가도 오를 것이고 이는 석유 제품 판매 둔화로 이어져 정유 업체 수익 악화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를 정제해 화학제품을 만드는 화학 업계들도 유가 상승이 원재료(나프타) 가격을 올릴 수 있어 달갑지 않다는 분위기다.
화학 업체들은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나프타를 석유화학 설비에 투입해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산화프로필렌(PO)·폴리프로필렌(PP) 등을 생산한다. 이처럼 생산된 PO, PP는 자동차, 가전, 의료, 의류 등의 분야에 사용되는 기초 원료다.
이러한 원료 생산에 필요한 재료가 원유의 일부인 만큼 향후 유가 상승이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화학업계는 수익 둔화 우려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철강업계는 유가 상승을 반기는 눈치다. 철강업계는 유가가 오를 경우 후판·유정용 강관(원유 채취에 사용되는 강철관) 판매와 철강 수요가 증가해 수익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특히 최근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연합(EU), 터키 등 다른 나라가 세이프가드 장벽을 높이면서 수출길이 막힌 상황에 수익에 훈풍이 불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석유 가격이 오르면 자연스레 석유 시추를 늘리기 위해 석유 시추사 등에서 원유 채취용 강관 등 판매가 늘어나 이익 개선에 보탬이 된다”며 “강관 판매량 등은 영업 기밀로 공개가 불가하지만 현재처럼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간다면 수익에 훈풍이 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