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몰려든 증권사, IT 바람타고 명동 회귀

여의도 몰려든 증권사, IT 바람타고 명동 회귀

기사승인 2018-10-03 03:00:00

과거 금융투자의 중심은 명동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여의도가 증권‧금융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 금융 관련 주요 기관들이 정부 정책으로 여의도에 모여 있어서다. 다만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일부 증권사는 명동으로 돌아가는 추세다.

◇거래소 따라 여의도로 모여

1970∼1980년대 정부의 여의도 개발 계획에 따라 1979년 7월 2일 명동에 있던 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가 여의도에 자리잡았다. 증권감독원(현 금융감독원)은 한발 앞선 1978년에 여의도로 이전했다.

이후 1982년 대우증권을 시작으로, 1990년대 한국투자신탁(현 한국투자증권), 대한투자신탁(하나금융투자), 동양(유안타), 선경(SK), 서울(유진투자), 쌍용증권(신한금융투자), 제일(한화투자) 등 증권사들이 점진적으로 여의도 이전을 결정했다.

이미 ‘증권가=명동’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거래소의 전산화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증권사들이 여의도에 입점하는 것이 더 중요해 졌다고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빠른 전산 거래를 위해서는 여의도 거래소 내 전산시스템 가까이 위치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부분 증권사들이 여의도에 입주하거나 또는 IT 부문만이라도 여의도로 이전하는 움직임을 보였던 것이다.

◇IT발달…증권사, 여의도 탈출 

현재는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증권사의 탈여의도 행보가 보여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전산시스템이 발달해 더 이상 지리적 위치가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등 IT기술이 발달하면서 대면 영업의 중요도가 낮아지고 오히려 주요 기관고객들이 지방 및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라면서 “과거에는 거래소, 예탁결제원, 코스콤 등 증권 유관기관 및 기존 인프라와 지리적으로 떨어지면 불리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이들과 같은 곳에 모여 있지 않다는 점이 정보 교류 및 네트워킹에 불리하거나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고정 관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여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와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여의도) 금융중심지 지원에 대한 정부 정책이 정권에 따라 일관적으로 지속되지 않았다는 점도 이유”라면서 “여의도 증권 인프라 뿐만 아니라 넓게 봐선 명동 및 광화문 인근, 을지로, 종로 등도 시중은행 본사 및 외국계 투자은행(IB), 자산운용사 등이 다수 위치해 있어 업무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래에셋대우,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등은 개별적 이유로 여의도를 떠나 명동으로 다시 이전했다.

가장 먼저 명동으로 이전한 증권사는 유안타증권이다. 비용 및 운영 차원에서 효율적이라 판단해 지난 2004년 이전했다는 설명이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과거 동양 시절 2000년 말 여의도 사옥 매각 후 임차해 사용해 오다 동양종금과 합병 이후 기존 동양종금 소유의 본사 사옥이었던 현 을지로 사옥으로 이전했다”고 말했다.

처음 여의도에 발을 들였던 대우증권은 지난 2016년 미래에셋증권과 합병하면서 미래에셋증권과 자산운용사가 있는 중구 수하동 센터원 빌딩으로 본점을 옮겼다. 34년 만에 명동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맵스리얼티펀드(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부동산 펀드)를 만들면서 투자한 건물이 센터원, 판교, 홍콩 등 3개 정도 된다”라면서 “맵스리얼티펀드에서 센터원을 5년 전에 지었다. 센터원 빌딩이 완공되면서 여의도 건물을 매각하고 (합병 전에) 이쪽으로 이전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의 명동 복귀는 32년 만이다. 지난해 대신은 명동 중앙극장 터에 신사옥을 지으면서 주요 계열 금융사들을 모아 명동으로 옮겼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그룹이 되면서 큰 건물을 알아보던 차에 여의도에 마땅한 공간이 없어서 명동으로 나왔다”라면서 “이것저것 따져봤을 때 명동이 좋은 위치라는 회사 결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태림 기자 roong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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