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은 연간 사망자수가 1만1566명으로 전체 암 종 중 사망률 2위를 차지한다. 5년 생존율이 33.6%밖에 되지 않고 재발률도 70%나 된다. 최근에는 진단방법과 치료법의 발전으로 간암의 치료 성과가 좋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간암치료제의 급여 보장성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에 쿠키뉴스는 간암의 특성 및 치료의 현 주소를 살펴보고, 치료제 접근성 강화를 위한 대안을 모색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주제=치료가 어려운 간암 환자의 치료 대안과 약제 접근성 강화 방안
◇일시=2018년 9월 28일 오후 2시
◇참석자=신동근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의원, 박영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기준부장, 김도영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대표, 최은택 히트뉴스 기자
◇진행=원미연 쿠키건강TV 아나운서
◇연출=전덕수 쿠키건강TV PD
◇방송= 10월18일 목요일 18시10분 본방송 예정(쿠키건강TV)
Q.간암은 어떤 질환이고, 환자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김도영=간에 세포가 늘어나는 것을 종양이라고 하는 데 그중 세포의 분열이나 증식이 제어되지 않고 주변장기로 침범하거나 혈액을 통해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특징을 보이는 것을 간암(간세포암)이라고 한다.
신동근=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간암이 주상병으로 청구된 누적된 환자는 2017년 기준으로 약 7만1000명이다. 전체적으로 발생률은 줄어들고 있는데 2011년 1만6300명으로 정점을 찍고 내려와 2015년에는 1만5500명까지 줄었다. 그럼에도 간암은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일본의 2배, 미국의 3배에 달한다.
Q. 간암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어떤가. 이에 대해 정부의 노력이 있다면 말씀해달라.
윤구현=간암은 성별차이가 큰 암이다. 남자가 여자보다 2배 반 정도 많다. 예후는 남녀가 비슷하나 발생율에서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 암사망률이 폐암, 간암, 위암 순인데 40~50대 남성 사망률에 있어서는 간암이 1위다.
최은택=최근 통계를 보면 간암의 사회적비용은 약 4조원으로 보고 된다. 간암은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서 환자들은 간암을 진단받고 치료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다. 의학적으로 손쓸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공포다. 가족들은 가장을 잃을 수 있다는 상실감이 크다.
박영미= 현재 정부 보장성강화정책에 따라서 약제의 경우 전체 비급여 대상을 전액 본인부담으로 급여 전환하는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415개 고시 항목에 대해 급여전환계획을 가지고 있고, 그중에서 48개 항암제 요법을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는 암환자 보장성이 상당히 강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Q.위험요인이 뚜렷한 간암, ‘침묵의 살인자’라고 칭하는 이유는?
신=국내 간암 환자 72.3%가 B형 간염을 앓고 있는 것을 볼 때 주원인은 B형 간염보균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 외 10.4%는 장기간 음주로 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과거 80년대부터 간염예방 백신 사업이 펼쳐진 바 있다. 현재 간암은 그 당시 간염을 예방하지 못한 중장년층에서 발병률이 큰 것으로 알려진다.
윤=간암이 9~12cm가 되어도 증상이 없던 분들이 있었다. 국립대병원장까지 하셨던 교수님은 본인 간암이 15cm가 될 때까지 몰랐다고 하더라. 안타까운 것은 신문이나 방송에서 ‘이럴 때 간암을 의심하라’며 소개하는 자각증상이 있는데 절대 믿으시면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간암은 빨리 진행되지만 조기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6개월에 한 번씩 검진 받는 것이 좋다.
Q.초기 간암과 상당히 병기가 진행된 간암의 환자 비율은?
신=간암 환자 중 1~2기가 38.3%, 3~4기가 61.7% 정도로 발견됐을 때는 상당히 진행된 상태이다. 연구 자료를 보니 재밌는 것이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은 경우 60%가 간암 1기에서 발견이 되고 그렇지 않은 분은 63%가 3기에서 발견한다. 조기검진, 정기검진이 그만큼 중요하다.
김=초기 간암의 치료법은 수술과 간이식이 대표적이다. 초기 간암에서 수술이 가능하다고 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간이식은 보통 암덩어리는 작지만 간 기능이 떨어져있어서 수술이 어려운 초기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고주파열 치료술도 있다. 초기간암 5년 생존율은 치료법에 따라 다른데 간이식 하는 경우 90%가 넘고, 수술이나 고주파열 치료술도 보통 5년 생존율이 초기 80%가 넘는다.
Q.다수의 간암환자는 수술조차 어려운 3~4기 치료법은?
김=병원에 오는 환자 상당수가 초기를 지난 환자들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경동맥화학색전술로 전체의 60~70%가까운 간암 환자들이 이 치료를 받는다. 암세포의 전이나 혈관 침윤이 있을 경우 과거에는 흔히 머리털이 빠진다고 알려진 항암제를 쓰기도 했지만 10년 전에 간암에 쓰이는 표적치료제 소라페닙이 국내에 들어와 11년째 사용되고 있다. 그 외 방사선치료, 방사능 색전술 등 방법이 있다. 전체 환자 놓고 볼 때 진행성 환자, 화학요법이나 표적치료제가 필요한 환자 비율이 최소 30% 정도는 된다.
박=간암 치료에는 고전적인 화학요법이 시행됐었지만 부작용이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 최근 들어 다행히 간암치료제들이 개발이 되고 있어 희망이 보인다. 현재 표적치료제로 1차로 쓸 수 있는 급여약제는 소라페닙이 있고, 그 외 렌바티닙이라는 약제에 대한 신청이 들어와 검토 중에 있다. 그 다음단계로 쓸 수 있는 2차 약제로 레고라페닙이 급여화된 상황이다.
Q.간암 치료제 개발 현황은?
김=렌바티닙이라는 새로운 약이 지난 8월 말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기존의 소라페닙과 비교한 3상 임상시험 결과 효과 면에서 5년 생존율이 비슷하고, 소라페닙의 대표 부작용인 피부반응 빈도도 낮게 나타났다. 기존의 약보다 더 뛰어난 약은 아닐지라도 부작용 면에서 기존의 약을 대체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식약처 허가를 받은 지 한달정도 됐지만 보험급여 적용이 안 되고 있다. 한 달에 환자부담이 300만원 정도의 고가라 처방은 거의 못하고 있다.
신=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간 한국서 항암신약이 보험에 등재되는 비율을 보니 우리나라는 29%정도인데 OECD 평균의 절반도 안됐다. 등재되는 기간이 우리는 20개월 정도인데 선진국은 8개월로 우리의 2.5배 소요됐다. 등재되지 않는 기간만큼 비급여로 치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명 메디컬푸어가 양산되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선등재 후평가 제도 등 치료접근성높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최=2015년~2017년까지 최근 항암제 등재율은 90% 정도로 높아졌다. 위험분담제라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신약접근성도 중요하지만 질환 간 형평성, 건강보험재정의 지속가능성도 따져야 한다. 이 세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듯하다.
박=항암제 위주로 말씀드리자면 약은 식약처 허가사항이 가장 기본이다. 식약처 허가를 득한 이후에 건강보험 등재신청을 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암질환심의워원회라는 암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급여에 대한 기준을 어디까지 가장 효과적인 환자로 커버가 가능한지 검토하는 절차를 밟는다. 국민을 위해서 국민이 제때 좋은 치료를 적절히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제도라는 틀을 떠나서 일을 할 수는 없는 것이 업무의 큰 딜레마다.
Q. 마무리 발언 부탁드린다
최=지난 10년 동안 소라페닙 외에 몇 가지 치료제가 간암 치료제로 도전을 했었는데 실패했다. 사실 소라페닙과 대조해서 그 정도 수준의 약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렌바티닙이란 새로운 치료대안이 나왔다는 것은 환자나 의사들에 축복 같은 일이다. 하지만 급여기준 때문에 막혀 쓸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전향적인 검토가 이뤄졌으면 한다.
윤=간암은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생긴 다음에는 참 힘들어진다. 우리나라는 초기 간질환 치료에 대한 여건이 매우 좋아졌다. 가장 드리고 싶은 말씀은 내가 만성간질환이 있다면 무조건 병원에 자주 가셔야한다. 그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술은 두 번째 문제라고 생각한다. 술은 심각해진 다음에 끊을 수 있지만 그런데 병원에 안가면 자신이 심각한지 아닌지 알 수 없다.
김=예전에 간암은 ‘고아’ 암이라 불렸다. 아무도 관심을 안 갖는 암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제는 표적치료제와 같은 간암치료제 개발이 굉장히 활발해져서 이런 토론회가 열렸다는 자체가 굉장히 기쁘다. 우리 건강보험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환자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묘안을 찾았으면 좋겠다.
신=현대 의료기술과 치료의 방법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에 비해 정부정책이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이런 부분이 바로 시정되어 결과적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국회가 함께 노력하겠다는 말씀드리겠다. 모든 질환은 치료보다는 조기발견과 예방이 중요하다. 예방과 검진이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당부하고 싶다.
박=간암은 우리나라 암사망률에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질병임에도 치료제가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최근 들어 몇 가지 치료제가 들어오고 있어 반갑게 생각한다. 제도로 인해서 국민들이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다만 완전히 틀은 깰 수 없는 것이 저희의 고민이다. 정부의 보장성강화정책에 맞추어 국민들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정리=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