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장애인의 경제적 상태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의 삶에 필요한 고용보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이선우 인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 9월호를 통해 발표한 ‘장애인의 경제 상태와 정책과제’ 연구에 따르면, 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014년 224만 9000원에서 2017년 254만 3000원으로 13.1% 증가했고, 중위소득은 200만 원으로 2014 년의 170만 원에 비해 17.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 유형별로 살펴보면, 월평균 소득은 자 폐성장애가 413만 6000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안면장애(406만 4000원) ▶간장애(373만 9000원) ▶지적장애(324만 5000원) ▶뇌전증장애 (281만 8000원) ▶심장장애(280만원) ▶신장장애(270만5000원) 등의 순으로 높았다.
반면, 정신장애(198만 4000원), 장루·요루장애(215만 8000원), 청각장애(222만 8000원) 등의 평균 소득과 비교했을 때 장애 유형별 격차가 상당했으며, 특히 정신장애의 평균 소득은 자폐성장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위소득 40% 빈곤선을 기준으로 상대빈곤율은 52.1%로 2014년보다 3.7%p 높아졌다. 장애 정도별로 봤을 때 경증 장애의 상대빈곤율이 중증 장애보다 불과 4.3%p 낮아서 경증 장애인의 빈곤 위험성도 중증에 비해 크게 낮지 않았다. 가구 소득 분포를 보면 정신장애와 장루·요루 장애는 지속적으로 소득이 가장 낮은 장애 유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장애인이 가구주인지 또는 가구원인지에 따라서도 상대빈곤율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가구주가 장애인인 가구의 상대빈곤율은 58.5%로 가구원이 장애인인 가구의 상대빈곤율 39.8%에 비해 18.7%p 더 높았다. 이는 가구주의 소득이 가구의 주된 소득원이 되어야 하지만 장애인은 취업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취업하는 경우에도 저임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선우 교수는 “근로소득은 전체 가구 소득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빈곤 여부와도 관련성이 상당히 높다”며 “그러나 장애인의 근로활동은 상당히 제한적이어서 장애인 고용률(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은 2017년 49.2%로, 전체 인구의 고용률 67%에 비해 17.8%p 낮다”고 밝혔다.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장애인 고용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고,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조차 장애인 의무 고용을 하지 않아 지난 5년간 납부한 부담금이 총 4억5400만원에 달한 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도 보건복지부 산하 22개 공공기관 중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한 번이라도 장애인 의무 고용비율을 준수하지 못해 미준수 고용부담금을 납부한 기관이 14곳이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이들 기관이 납부한 고용부담금은 총 15억6001만원이다.
여성 장애인의 상황은 상황은 더욱 열악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성희 연구위원의 ‘여성 장애인의 실태와 정책과제’에 따르면, 여성 장애인의 지난 1개월 평균 개인 수입액은 60만여원으로 남성 장애인 144만원과 비교해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1개월 평균 총가구 수입액 역시 여성 장애인은 236만여 원으로 남성 장애인(266만여 원)에 비해 낮았다.
장애인의 성별 취업률은 남성 장애인 94.5%, 여성 장애인 96%로 비슷하나 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은 여성 장애인 23.4%로 남성 장애인(47%)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 외에도 여성 장애인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23.1%로 남성 장애인의 48.6%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노후소득보장 측면에서도 매우 어려운 상태에 있다”며 “이러한 결과는 여성 장애인 가구는 물론 여성 장애인 개인 차원에서도 소득 수준이 매우 낮은 상태임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여성 장애인은 교육, 결혼, 취업 등 전반적인 삶의 영역에서 남성 장애인에 비해 더욱 어려운 상태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며 “여성 장애인이 충분히 교육받고 취업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기회와 역량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선우 교수도 “장애인의 경제 상태를 향상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정책은 근로 능력이 있으며 일할 의사가 있는 장애인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연계하는 것”이라며 “더 나아가 일반 노동시장에서 취업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는 직접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공장 자동화와 이제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그렇지 않아도 부족했던 장애인의 일자리를 많이 감소시켜 장애인의 고용은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이에 따라 현재 시 장에서 가치가 있다고 간주하는 노동 외에 비록 아직은 시장 가치가 없지만 시민단체 및 장애인단체 활동 등 사회적 가치가 있는 노동에도 시장 가치를 부여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