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에 걸쳐 독립운동가 행세를 한 가짜 독립운동가 가문의 유족들이 지금까지 총 4억5000만원의 보훈급여를 부당하게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수십억 원에 달하는 국민의 혈세가 사기꾼 가문에 낭비되고 있었지만 환수된 금액은 단 한 푼도 없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국가보훈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짜 독립운동가 5명의 유족들에게 지급된 보훈급여 총액이 4억5천만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가장 많은 보훈급여를 받은 인물은 김정수의 유족으로 1968년부터 47년 동안 3억9357만원을 챙겨간 것으로 드러났다. 김정수는 일제강점기 당시 만주 지역의 대표적인 항일조직인 참의부에서 활동한 공로로 1968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2018년 기준 1~3등급 독립유공자는 최고 등급으로, 본인은 월 785만원의 보훈급여금을 받게 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생존한 독립유공자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 본인이 사망하면 배우자(245만원)나 자녀(211만원)의 순서대로 보훈급여금을 지급 권한을 승계한다.
가짜 독립운동가 김정수의 유족이 지난 2015년 마지막 보훈급여를 받았을 당시, 매월 188만2000원을 받았다. 마지막 보훈급여액을 그동안 받은 수급기간을 고려해 다시 계산하면 지금까지 총 10억6천만 원 상당의 보훈급여를 받은 셈. 그동안 물가가 25배 이상 올라 1960년대 당시 월 보훈급여는 2천 원 정도로 매우 적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김진성 선생의 아들인 김세걸씨는 한중수교 이듬해인 1993년이 되어서야 뒤늦게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포상 신청을 할 수 있었다. 이미 또 다른 가짜 독립유공자 김진성의 유족이 독립유공자 자녀 행세를 하며 15년 간 보훈연금을 수령한 뒤였다. 김세걸씨는 1995년 김진성의 서훈이 취소되었지만, 김진성의 사촌 동생인 김정수와 그의 3대에 걸친 가문이 수십 년 동안 독립유공자 행세를 해오고 있는 것을 밝혀냈다.
그로부터 그는 가짜 독립유공자들의 사진, 공훈록, 수형기록, 지문 기록 등을 확보해 20여 년 동안 보훈처에 가짜 독립유공자 가문의 서훈 취소를 요구해왔지만, 보훈처는 ‘검토 중’, ‘기다려달라’는 허망한 답변을 반복했다는 게 고 의원의 설명이다.
최근 보훈처는 주민등록 지문, 필적감정을 비롯한 각종 증빙자료 확인을 통해 올해 광복절에 이들 가짜 독립유공자 4인의 서훈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중 김정수와 큰아버지 김병식의 유족들은 각각 2015년, 2017년 재심으로 연금이 중단되기까지 거의 반세기 동안 보훈급여를 부정하게 받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가짜 독립운동가 김정수는 아직도 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버젓이 묻혀 있다.
고용진 의원은 “가짜 독립유공자 후손 행세를 하며 받아간 수십억 원 상당의 보훈연금을 전액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며 “과거 독립유공자 심사와 선정 과정에 많은 부정과 비리가 있다는 제보를 많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훈처가 의지를 갖고 독립운동 공훈에 대해 재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