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치매부담을 덜기 위해 전국에 설치된 256개 치매안심센터의 인력 배치 현황이 엉망인 것으로 나타났다. 18개 치매안심센터는 사회복지사·임상심리사·작업치료사 인력 없이 간호사 인력만으로 운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직역별로 명확한 담당업무·역할을 제시하지 않은 보건복지부의 모호한 인력 기준이 이러한 상황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국회 보건복지위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시도별 치매안심센터 인력 현황을 분석한 결과, 치매안심센터 인력 배치에 특정 직역 쏠림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정 의원에 따르면 시도별 치매안심센터 인력 현황을 보면 광주광역시의 경우, 전체 치매안심센터 인력의 75%가 간호사로 이루어져 있어 전국에서 간호사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나타났다. 광주 치매안심센터 인력은 작업치료사가 6.3%, 사회복지사가 고작 4.2%에 불과했고 임상심리사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가장 심한 직역 쏠림 현상을 보였다.
반면 충청북도가 치매안심센터 인력 중 간호사 비율이 가장 낮은 곳으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44.6%의 높은 비율을 보였다. 전국에서 사회복지사 비율이 가장 높은 대구광역시(22.9%), 임상심리사 비율이 가장 높은 대전광역시(5.3%), 작업치료사 비율이 가장 높은 서울특별시(18.2%)에 비교하면, 전국적으로 간호사 인력 쏠림 현상이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특정 직역의 인력이 아예 없는 문제도 심각했다. 임상심리사가 없는 치매안심센터는 전국 256개소 중 무려 215개소(84%)에 달했고, 작업치료사가 없는 곳도 69개소에 달했다. 사회복지사·임상심리사가 없거나(16개소, 6.3%) 작업치료사·임상심리사가 없는(50개소, 19.5%) 치매안심센터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4개 직역 중 사회복지사·임상심리사·작업치료사가 모두 없고 간호사만 일하고 있는 치매안심센터도 18곳(7%)이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개 직역 인력을 모두 갖춘 치매안심센터는 전국 256개소 중 37개소(14.5%)에 불과했다.
이러한 인력쏠림 및 인력부재 현상이 나타난 데는 복지부가 제시한 모호한 업무범위 기준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가 제출한 ‘직역별 주요 역할 및 업무범위 설명 자료’를 보면, 직역별 주요역할이 순서만 다를 뿐 같은 업무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각 직역의 전문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허술한 지침이었다.
정춘숙 의원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에 대해 “지자체 여건에 따라 직역 등을 정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준만 제시하여 융통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치매안심센터 인력 지침을 정했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정 의원은 “모호하고 허술한 인력지침으로 인해 치매안심센터를 찾은 국민들이 간호사·사회복지사·임상심리사·작업치료사의 각 전문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며 “복지부는 치매안심센터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각 센터에 직역별 인력이 고르게 배치되도록 해야 할 뿐 아니라, 치매안심센터 인력의 역할 기준을 명확히 하여 각 직역이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틀을 고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