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집 같은 8집.’ 그룹 바이브 멤버 윤민수는 10일 오후 6시 발매하는 정규 8집 ‘어바웃 미’(ABOUT ME)를 이렇게 설명했다. 초심과 새로움을 동시에 담았기 때문이다.
‘어바웃 미’는 바이브가 2년 만에 내는 정규음반으로, 사랑이 불러오는 감정을 주제로 한 노래들로 채워졌다. 지난달 18일 선공개된 ‘가을 타나봐’가 최근 음원 차트를 역주행해 1위에까지 도달하며 흥행 청신호를 켰다.
음반은 가을 정취를 진하게 담고 있다. 윤민수는 “가을에 음반을 내는 건 데뷔 후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류재현은 “그동안 (음반 발매시기를) 가을에 맞춰보자며 작업을 했는데 매번 늦어졌다. 그래서 겨울에 음반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이번에는 어떻게든 가을에 맞춰보자(고 다짐했다). 아주 더울 때부터 작업했다”고 귀띔했다.
타이틀곡은 류재현이 작사, 작곡한 ‘낫 어 러브’(Not A Love)다. 지나간 사랑이 진짜 사랑이 아닌 것인지, 혹은 사랑이 아니기를 바랐던 것인지 묻는 내용이다. 류재현은 막연한 ‘낫 어 러브’에서 보다 성숙한 자세로 사랑을 노래하고 싶다고 했다.
타이틀곡을 고르기까지 바이브는 적지 않은 고초를 겪었다. ‘낫 어 러브’ 말고도 선공개곡으로 발표된 ‘가을 타나봐’와 음반 제목과 동명인 ‘어바웃 미’(About Me)가 타이틀곡 후보로 언급됐다고 한다. 소속사 식구들은 대중적인 ‘낫 어 러브’에 가장 많은 표를 던졌지만 윤민수는 ‘어바웃 미’를 밀었다. 보컬리스트로서의 변신과 진보된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욕심에서였다.
그가 마음을 돌린 건 ‘초심’ 때문이었다. 윤민수는 “1집 때부터 (류)재현이와 ‘변하지 말자’고 약속했다. ‘우리가 머리가 커가면서 지금 하는 음악이 유치하거나 진부하게 들릴 때가 있을 거다. 그래도 변하지 말자’고 했다”며 “(‘어바웃 미’를 타이틀곡으로 하자고) 혼자 고집을 부리다가 그 때 생각이 났다. 변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류재현은 “하고 싶은 음악과 해야 하는 음악을 갈라두고 작업했다”고 말했다. ‘술이야’, ‘미워도 다시 한 번’, ‘그 남자 그 여자’ 등 히트곡을 다수 남겼던 초창기 음반과 달리, 최근 낸 5~7집은 대중이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가 없었다고 했다. 류재현은 이 음반들을 ‘과도기’라고 표현했다. “어떤 음악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이번 음반은 하고 싶은 음악과 해야 하는 음악을 분별해서 작업했다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낫 어 러브’는 바이브가 해야 하는 음악, 즉 대중이 바이브에게 기대하는 음악에 가까운 형태다.
지키고 싶은 약속은 또 있다. 싱글이나 미니 형태로 음반을 쪼개 내는 대신, 정규 음반으로 팬들을 만나자는 것이다. 류재현은 “정규 음반만 고집하는 것에 대해 주위의 만류가 굉장히 많았다. 예산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인사동에 남아 있는 마지막 집 같은 느낌을 갖고 싶다”고 했다. 윤민수는 “다른 가수들과의 협업이나 OST 기회가 닿는다면 싱글을 낼 의향도 있다”는 단서를 덧붙였다.
바이브는 방송이 아닌 무대로 팬들을 만난다. 오는 12월 말 단독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