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984년 49억 원에 매입한 여의도성모병원 인근 2500평 땅이 34년이 지난 지금도 장부상 금액이 5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LH가 보유한 토지 183만 평에 대한 정확한 가치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LH가 제출한 보유자산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0년 이전 매입한 LH의 주요 비축토지자산 6개의 구입금액은 223억원이었으나, 장부상 금액은 238억원으로 현재 공시지가의 23%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특히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61-2 소재(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인근) 88,264㎡(약 2500평) 규모의 토지는 정동영 대표가 한국감정평가사협회에 의뢰해 정확한 감정평가를 실시한 결과 현재 가치는 702억44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부상의 현재 금액은 1984년 매입 당시 가격인 49억5822만 원과 비슷한 50억 1231만 원에 불과했다.
LH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2018년 6월말 기준 175조원이다. 재고자산은 72조원(41%)과 임대자산 86조원(50%)이 전체 자산가액의 91%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동영 대표가 LH가 제출한 보유자산 현황을 분석한 결과 LH가 보유한 재고자산과 임대자산은 대부분 장부가액이 취득가액과 큰 차이가 없었다.
LH가 보유한 전체 매입임대주택 자산의 구입금액은 8조1089억원이었으나 현재 장부가액은 7조7634억원에 불과했으며, 전체 건설임대주택 건설원가는 42조 7371억원이었으나 장부가액은 36조1569억원, 토지원가는 29조7010억 원에 불과했다.
경실련은 ‘LH 임대아파트 자산 평가 운용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LH가 보유하고 있는 임대주택에 대해서 현재 시세를 반영해 공정평가를 한다면 임대주택 자산 가치는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며 “공정가치 중심의 공공자산 평가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코레일은 2013년 국토교통부 주도로 코레일 보유 역사와 철도부지 등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추진한 바 있다.
코레일은 약 1112만㎡(314만평) 규모의 토지 4611개의 자산재평가를 통해서 약 5조4419억 원의 자산이 증가했다. 이를 통해서 2015년 부채증가액이 4조 4107억 원이 감소하고 부채비율 역시 2014년 410.9%에서 2015년 283.3%로 127.6% 감소하는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누린 바 있다.
이에 LH는 서면을 통해서 “공정가치 평가는 추정이 전제되는 것으로 신뢰성이 떨어지고, 자산재평가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문제가 있다”며 LH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하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동영 대표는 “서울 한복판 여의도 금싸라기 땅이 1984년 취득한 이래 단 한 번도 가치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LH가 보유한 비축자산 및 사옥 토지 등 183만 평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실시하여 보유자산에 대한 정확한 가치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대표는 또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부채가 많다’는 이유로 막대한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LH의 공적 사업을 축소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강제로 수용한 토지 등 공공자산을 민간에 매각했다”며 “문재인 정부는 LH의 공공자산 매각에 제동을 걸고, 보수정권이 부채비율을 내세워 국민을 기만했던 행태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