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닥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무더기 상장폐지’가 진행된 가운데 무자본 M&A(인수합병) 세력에 대한 금융당국의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태규 의원(바른미래당)은 12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코스닥 시장에서 “기승부리는 무자본 M&A 세력에 대한 금융당국의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21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를 통해 재감사보고서 미제출 사항으로 일괄적으로 상장폐지된 코스닥 11개 기업 중 3개 기업은 자본금 1억원 미만의 매출이 없는 기업이 인수했다.
이태규 의원은 “무자본 M&A 세력이 개입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9개 기업은 저축은행으로부터 고금리(16~20%)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무자본 M&A는 기업 인수자가 주로 자기자금보다는 차입자금으로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자본 M&A 그 자체로 불법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기업 인수자(일명 ‘기업사냥꾼’)가 정상적인 경영보다는 단기간의 시세차익을 위해 허위사실 유포,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를 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무자본 M&A 세력은 사채를 차용해 기업 인수에 참여하고, 회사 주식을 담보로 고금리대출을 받아 시세조종을 시도한다. 만약 시세조종이 실패하면 담보로 잡힌 주식이 반대매매 되면서 주가가 폭락함에 따라 손해를 보게 돼 상장사들이 과도한 금융비용에 시달려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의원은 “금융감독원이 최근 5년간 적발한 무자본 M&A 현황은 총 23건, 부당이득 2369억원이다. 하지만, 최근 상장폐지 사태 등 코스닥 기업의 부실의 이면에 이러한 무자본 M&A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금융감독원이 보다 무자본 M&A 등 불공정거래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 이후 현재까지 자본금 1억원 이하인 페이퍼컴퍼니가 수백억원의 코스닥 기업을 인수한 사례는 총 42건으로 나타났다. 이들 인수기업의 상당수는 매출이 0원이었다. 적게는 1백만원의 자본금으로 수백억원의 코스닥 상장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계약금과 잔금 미지급으로 계약이 해지돼 주가가 폭락했다. 차입인수 시 저축은행·캐피탈·사채에서 피인수회사의 주식을 담보한 고금리대출로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증가했다.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 반대매매로 주가가 폭락했다.
이태규 의원은 “금융감독원은 개인투자자 거래비중이 90%에 달하는 코스닥 시장에서 기승을 부리는 무자본 M&A 세력은 코스닥기업이 좀비기업화 되어가는 과정의 주범중 하나라고 본다”면서, “무자본 M&A 등 시장의 불공정거래를 감시하기 위한 통합 상시기구 설치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