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쾌청한 날씨지만, 맑은 날에도 숨쉬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하 COPD) 환자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COPD는 주요 사망원인 4위 질환으로, 2030년경에는 3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많은 환자들이 천식으로 잘못 알고 있어,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
COPD는 돌이킬 수 없이 기도가 좁아지는 대표적인 호흡기 질환이다. 기도가 좁아져 숨쉬기가 힘들어지고, 만성적인 기침, 가래가 동반된다.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이형 교수는 “주로 담배를 피우거나 유해가스 노출, 실내외 대기 오염, 폐 감염 등에 의해 기관지와 폐에 만성 염증이 발생하면서 생긴다”며 “그 중에서도 흡연이 가장 대표적인 원인으로 흡연자는 만성 기침이 있거나, 숨이 차거나, 가슴에서 쌕쌕거리는 소리(천명)가 난다면 COPD를 의심해 봐야 한다. 흡연 이외에도 COPD가 생길 수 있어 비흡연자라도 유사한 증상이 있다면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흡연율과 폐쇄성 폐질환 유병률은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폐쇄성 폐질환 유병률은 2007년 15.3%에서 점차 줄어 2015년 12.3%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 흡연율도 최대 27.7%였던 흡연율이 2016년 23.9%까지 감소했다.
증상이 비슷해 COPD를 천식과 혼동하는 경우도 있다. 김 교수는 “COPD와 천식은 호흡곤란, 천명, 기도폐쇄 등 증상은 유사하지만, 발병 시기부터 원인, 임상경과, 합병증, 치사율, 치료법까지 완전히 다르다“고 단언했다.
일반적으로 COPD는 주로 40대 이후에 발병하며, 담배를 많이 피운 사람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서서히 진행되면서 폐 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된다. 증상은 야간 혹은 이른 아침에 기침이 심하고, 호흡곤란, 천명, 기도폐쇄는 항상 일어난다. 이와 달리 천식은 이른 나이에 발병하고 비흡연자 또는 소량의 흡연자에게서 나타나는 차이가 있다. 보통 간헐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며 알러지 질환과 연관이 있는 경우가 흔하다.
치료적인 측면에서 보면, COPD에는 기관지 확장제가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으로 사용되어야 하지만, 천식의 경우는 흡입형 스테로이드가 가장 중요한 치료제이다.
갑작스럽게 호흡 곤란이 오고, 기침 및 객담량이 증가하고, 객담의 짙어지면서 기존 사용하는 약에 반응이 없거나 미비한 경우, 급성 악화를 의심해야 한다. COPD가 급성 악화해 입원하면 3.3년 뒤 50%가 사망하고, 7.7년 뒤에는 75%가 사망할 정도로 위중하다. 급성 악화 원인으로는 환절기의 호흡기 감염부터 황사, 미세 먼지 등의 공기 오염물질, 폐렴 등 폐 질환, 부정맥 등 심장질환 합병증까지 다양하다. 발작이 일어나면 추가적인 기관지 확장제나 항생제, 스테로이드 등 처방해 경과를 지켜보고, 나아지지 않을 경우 입원 치료까지 받아야 한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예방하고 질병의 진행을 억제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금연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교수는 “금연을 통해 COPD의 경과를 변화시킬 수 있으며 폐 기능 감소도 늦출 수 있어 가장 효과적이다. 계속 흡연을 할 경우, 급성악화가 자주 발생할 수 있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며 금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40대 이후에는 정기적으로 폐 기능검사를 통해 조기진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폐 기능이 50% 이하로 떨어져도 별 증상을 느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약제가 발달하면서 조기에 COPD를 진단하면 폐 기능의 저하를 막을 수 있어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꾸준한 운동도 필요하다. 폐 기능의 저하는 운동으로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꾸준히 운동하면 저하된 폐기능으로도 더 좋은 운동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는 “정기적인 독감 예방 접종 및 폐렴구균 예방 접종이 필요하다”며 “COPD로 진단된 환자의 경우, 폐암의 발생 빈도가 일반인에 비해 높아 가능하다면 폐암 조기 검진을 받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