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유치원에 대한 여론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교육 당국의 부실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유치원비 6억8000여만원을 부정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경기도 동탄 소재 환희유치원 원장이 14일 학부모의 해명 요구를 회피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환희유치원의 비리 종류는 13가지에 달한다. 루이비통 명품가방 등 백화점 쇼핑과 노래방, 미용실 등에서 사용한 금액이 약 5000만원(1032건)이다. 원장 아파트 관리비와 차량 유지비, 숙박업소, 술집, 심지어 성인용품에 사용한 내역까지 적발됐다.
환희유치원 원장은 1000만원이 넘는 월급을 한 달에 두 번씩 받고 각종 수당을 챙기는 등 2년 동안 약 4억원을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날 200여 명의 학부모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원장에게 원비 지출입 내역과 수업교재와 교구 등 구매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환희유치원 원장은 이 자리에서 실신했다. 그리고 대기시켜 놓은 구급차를 타고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이에 구급차가 미리 와있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이날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사립 유치원 비리와 관련된 청원글 150여건이 등록됐다. “사립유치원이 국가의 관리감독을 받기 싫다면 국고지원을 받지 말아야 한다” “정부에서는 국민 세금이 투입된 사립유치원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교육당국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높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약 3년을 주기로 관내 유치원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세종시교육청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그간 비리 유치원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감사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이 진행 중이거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등의 이유 때문이다. 교육부는 14일에서야 각 시도교육청의 협조를 얻어 유치원 감사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뒷북행정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 모양새다.
지난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지난 2013~2017년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여기에 따르면 사립유치원 1878곳에서 비리 5951건이 적발됐다. 적발 금액은 총 269억원이다.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박 의원이 공개한 유치원 숫자는 전체 유치원의 40~45% 수준이다.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앞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지난 5일 박 의원 주최로 열린 ‘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마녀사냥을 멈추라”며 반발했으나 결국 역풍을 맞게 됐다. 당시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극히 일부의 확정되지 않은 비위 혐의로 민간 사립유치원 전체를 부정부패 적폐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토론회에서 욕설을 하고 몸싸움을 벌였다.
박 의원은 2018년 감사 자료를 추가 확보해 국정감사 기간 내 공개할 계획이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