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한약재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증거를 확보하고도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15일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근거해, 지난 2014년과 2015년 식약처가 2차례 한약재에 대해서 벤조피렌의 모니터링 연구를 시행했으며, 그 중 11품목에서 벤조피렌이 기준치 대비 최소 1.0배에서 최대 8.4배까지 검출됐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연구결과를 발표하거나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참고로 벤조피렌은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각종 암을 유발하고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이다. 식약처 기준은 5ppb이하다.
한약재의 벤조피렌 문제는 지난 2008년부터 제기됐다. 식약처는 그해 ‘한약재 중 벤조피렌 함유량 모니터링 연구를 시행한 바 있으며, 당시 14개 품목에서 벤조피렌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결과를 토대로 2009년 12월 3일 모든 한약재에 대해 벤조피렌 기준을 5ppb 이하로 규정하는 '생약의 벤조피렌기준 및 시험방법(식약청 고시)'고시를 행정예고했다.
그러나 재검토를 실시한 뒤 과도한 규제이자 현행 시험법은 지황 및 숙지황에 대한 시험법으로 모든 생약에 적용하는데 무리가 있다며 고시를 개정하지 않았다. 식약처는 그 후 지황 및 숙지황, 단 2종류의 한약재에 대해서만 벤조피렌 검사를 실시했다.
2010년 식약처는 ‘한약재별 생약의 벤조피렌 시험법 검증 및 개선방안’ 연구를 진행, 모든 생약에 적용 가능한 시험법을 개발했다는 게 윤 의원의 설명. 식약처가 이미 모든 한약재를 대상으로 벤조피렌 검사를 시행하는 기술을 보유하고도 지금까지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게 윤 의원의 주장이다.
윤일규 의원은 “지난 7월 ‘발사르탄 사태’의 악몽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이런 자료가 나와서 몹시 유감”이라며 “한약도 국민이 먹는 약인만큼, 식약처는 하루 빨리 모든 한약재에 대한 벤조피렌 기준을 명시하고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