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기로에 서다②] ‘차이나 리스크’, 기회로 바꿀 수 있나

[게임산업 기로에 서다②] ‘차이나 리스크’, 기회로 바꿀 수 있나

기사승인 2018-10-19 12:00:00

과거 후발주자로 인식되던 중국 게임의 영향력이 급격히 성장해 이제 한국을 추월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반면 국산 게임의 중국 진출은 1년 반이 넘도록 완전히 막혀 있어 불공정 상황에 대응책이 요구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중국 모두 게임 산업을 대하는 정부의 자세에 따라 향후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뒤쳐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30일 중국 교육부는 “아동과 청소년은 조국의 미래이자 민족의 희망이지만 최근 우리나라 아동과 청소년의 근시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엄중해지는 등 이는 이미 국가와 민족의 미래와 관련된 큰 문제”라며 ‘아동과 청소년 근시 종합예방실시방안’을 발급한다고 밝혔다.

이 종합방안은 이틀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청소년 시력 약화 문제에 대해 “절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하자 교육부, 국가위생건강위원회, 국가체육총국, 재정부, 인력자원사회보장부,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국가신문출판서, 국가광전총국 등 8개 부처가 연합해 내놓은 것이다.

이 중 현지 게임 담당 부처인 국가신문출판서는 아동·청소년 시력 보호를 위해 온라인 게임 총량제와 미성년자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구체적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온라인 게임에 대한 총량제 실시와 미성년자 이용시간 제한 외에도 새로운 게임 서비스 수량 제한, 중국 국정에 적합한 이용연령 제도 도입 등 규제책이 제시됐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규제는 방관하고 지켜보던 산업이 영향력을 갖게 되면 관련 정책과 법령을 제정, 업계에 자정 노력을 기울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게임 산업도 1990년대 후반 도입 초창기 규제가 전무했고 주관 부처도 게임 산업 진흥에 집중했지만 이후 산업 성장과 청소년 문제 등이 불거지자 진흥과 규제책을 같이 실시하고 관리 기관도 문화부, 신문방송총국, 공업정보화부 등으로 늘어 행정규제가 중복되거나 관할권이 겹치는 등 상황이 발생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최근 게임 산업에 대한 진흥보다 규제로 방향이 전환된 의심 사례로 최근 텐센트가 서비스를 맡은 ‘몬스터헌터: 월드’가 출시 6일 만에 당국으로부터 판매 금지 처분을 받은 예를 든다. 텐센트는 ‘셧다운제’에 이어 최근 ‘실명제’까지 도입했지만 주가는 연초 대비 30%가량 떨어졌다.

또 앞서 지난해에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텐센트를 지명해 “이익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텐센트는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하고 액티비전블리자드, 에픽게임즈, 슈퍼셀 등 글로벌 게임사부터 국내 넷마블, 블루홀 지분까지 갖고 있는 중국의 대표적 콘텐츠 기업이자 초대형 게임사다. 

현지 게임사 연구원은 “정부에 셧다운제, 인터넷 실명제 등 불필요한 규제의 개혁 필요성을 언급했으며 한국의 셧다운 제도 운영사례 등을 조사·연구해 설득하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했다. 하지만 국민 여론, 특히 학부모들은 물론 주요 지도자급 인사들의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꿀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향후 중국 정부의 게임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며 이 때문에 내부에서는 향후 어떻게 사업을 진행해야 할지 막막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중국의 분위기는 한국 게임사들에게 현지 진출을 더 어렵게 하는 부정적 영향을 주지만 중장기적인 경쟁 상황에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약 2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오버워치’ 등 인기작을 모방한 중국산 게임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으나 지난해 ‘소녀전선’, ‘붕괴3rd’ 등 모바일 게임이 국내에 진출해 호평을 받으면서 분위기가 전환됐다. 19일 기준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10위 안쪽 4개작이 중국산 게임이며 중위권 이하에도 상당수 중국 게임이 포진하고 있다.

특히 이들 중국 모바일 게임 다수는 더 이상 국내 게임사를 통하지 않고 자체 서비스·퍼블리싱까지 하고 있어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그 출시 속도와 개발력이 한국을 능가해 국산 게임이 상대적 경쟁 우위를 잃고 있다는 평가가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은 앞서 규제 몸살을 겪은 한국의 사례에 비춰볼 때 이 같은 성장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 규제책으로 청소년의 야간 게임 이용을 강제 제한하는 셧다운제를 도입한 한국은 제도가 시행된 2011년 이후 18.5%에 달하던 게임 시장 성장률이 2012년 10.8%에서 2013년 -0.3%, 2014년 2.6%, 2015년 7.5%, 2016년 1.6%로 크게 떨어졌다(한국콘텐츠진흥원 대한민국게임백서).

또한 최근 국내 게임사들은 내수 시장 흥행에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어 세계 시장에서의 상대적 경쟁 우위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다.

넷마블은 올해 ‘팬텀게이트’, ‘피싱스트라이크’, ‘아이언쓰론’ 등 글로벌향 게임들과 북미 자회사 잼시티의 ‘해리포터: 호그와트미스터리’ 등을 선보였고 ‘블레이드 & 소울 레볼루션’을 준비 중이다. 넥슨도 ‘야생의 땅: 듀랑고’부터 ‘어센던트 원’까지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으며 엔씨소프트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모바일 신작들을 선보인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 베스파의 ‘킹스레이드’ 등 중소·중견사의 해외 진출도 소식도 끊이지 않는다.

중국은 그 인구 규모가 클 뿐 아니라 모바일 게임이 중심이라는 점에서 모바일 게임 비중이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 게임업계의 가장 큰 공략 대상인 동시에 경쟁상대로 꼽힌다. 때문에 판호 문제에 이은 규제 분위기가 수출에는 악재지만 글로벌 전체 시장에서 IP(지식재산권)과 브랜드 강화 등 경쟁력을 선점할 시간을 벌어줄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중국의 규제 분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더 좋은 게임들로 국내외 시장에서 인정받는 업계의 노력과 우수한 게임사가 계속 나올 수 있는 지원이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내공을 키우고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게임 산업의 지나친 중국 의존도 또한 줄여나가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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