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돈 벌게 해주겠다’고 꼬드겨 유령 법인 명의 대포통장을 만들어 돈을 주고 거래한 이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렇게 은밀히 거래된 대포통장은 불법 도박사이트 자금 거래 수단으로 사용됐다.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대포통장 개설을 권유해 만든 대포통장 112개로 5억원가량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부산과 경남 창원지역 폭력조직원 4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구속된 조폭 가운데 3명은 대포통장 모집책으로, 지인 등에게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꼬드겼다.

이들은 유령 법인을 설립해 법인 명의 통장 4~7개를 만들어 건네주면 20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법인을 설립하면 법인 명의의 통장을 여러 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노렸던 것이다.

이들은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00여 명으로부터 이렇게 챙긴 유령 법인 통장 112개를 돈을 받고 사들였다.

이들은 다시 이 대포통장을 부산지역 또 다른 폭력조직원인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 A씨에게 돈을 받고 넘겼다.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불법 도박사이트 자금 거래 수단으로 대포통장을 사용했다.

이 도박사이트에서 거래된 규모만 1조원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돈을 받고 대포통장을 만들어 건네준 이들 중 19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자신의 명의의 유령 법인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사용될 것을 알면서도 돈을 받고 조폭들에게 대포통장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부분 20~30대의 무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법인 명의의 통장을 개설하다 보니 이에 대한 죄책감이 덜해 쉽게 유혹에 넘어간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포통장은 불법 도박사이트 필수품으로, 지하경제 자양분으로 활용돼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며 “대포통장 거래 근절돼야 한다. 대포통장 대여자도 적극 수사해 엄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