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화학업계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대표 화학기업인 LG화학이 수익 다각화를 통한 위기 극복에 나섰다. 원재료 가격 상승 등에 취약해 ‘천수답(天水畓:빗물에만 의지해 경작하는 논) 사업’으로 불리던 기존 화학 사업에서 탈피해 신성장동력을 통한 수익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LG화학 등 국내 화학사들은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20~30%가량 하락한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원재료 가격 상승과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여파다.
특히 국제유가상승으로 인한 원재료 가격 증가가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화학사들의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인 나프타의 가격은 이번 달 기준 743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초 600달러대와 비교하면 100달러 이상 늘어난 가격이다. 원유를 정제해 나오는 나프타로 제품을 생산하는 화학사들에게 나프타 가격 상승은 마진 악화로 직결된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이와 함께 미중 무역 분쟁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화학기업의 전체 수익에서 제품 수출 비중은 50%에 달한다. 이 중 중국, 동남아 시장은 전체 수출금액의 60%에 달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격화되며 국산 석유화학 제품 판매가 둔화됐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결국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한 원자재가 증가, 무역분쟁 여파로 최대 수요처의 판매 둔화 등으로 국내 화학사들의 실적 부진이 시작된 상태다.
다만 LG화학은 침체기에 빠질 화학사들과 달리 2009년부터 투자를 진행해온 ‘전지사업부문’의 호조를 통해 오는 4분기 견조한 수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전지사업부문 핵심 원재료 가격 안정화와 높은 수주실적을 달성해 올 4분기 흑자전환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우선 핵심 재료인 코발트 가격의 안정화가 실적 훈풍에 힘을 보태고 있다. 코발트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로 2015년 ㎏당 20~30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올 3월에는 ㎏당 95달러로 3배 넘게 급등한 바 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코발트 가격은 지난달 28일 국제 거래가격이 kg당 62달러로 기록한 이후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 지난 3월 94달러까지 증가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국제 거래가가 반년 만에 30%가량 낮춰지며 가격이 안정화됐다.
더불어 지속해서 늘고 있는 배터리 수주 잔고 역시 실적 전망에 ‘청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LG화학이 지난 6월 확보한 수주잔고만 60조원이 넘었고, 최근까지도 글로벌 완성차 기업 등과 수주 계약을 체결해 내년 수주잔고는 70조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5일 폭스바겐과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 확정을 공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원가 부담은 줄어들고, 수주 대상은 늘어나는 등 LG화학의 신규 수익원의 실적 전망이 밝아지며 업황침체에도 견조한 수익을 유지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평이 업계에서 이어진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는 외부적 요인으로 통제가 불가해 천수답으로 불리기도 한다”며 “기존 화학 부문보다 외부적 요인에 수익이 좌우되지 않는 전지사업을 통해 탄탄한 수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