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초점] 상습 폭행 폭로부터 계약 해지까지… 사라진 10대 밴드의 꿈

[쿡초점] 상습 폭행 폭로부터 계약 해지까지… 사라진 10대 밴드의 꿈

상습 폭행 폭로부터 계약 해지까지… 사라진 10대 밴드의 꿈

기사승인 2018-10-23 15:00:04

밴드 더이스트라이트의 멤버 일부가 프로듀서에게 상습적으로 폭행당한 사실을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더이스트라이트 멤버들의 평균 나이는 17세로, 6인 멤버 모두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멤버 폭행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의 동의자는 23일 19만 명을 넘어섰다.

더이스트라이트의 리더인 이석철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소속사 프로듀서로부터 야구방망이와 철제 봉걸레 자루 등으로 지속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석철은 친동생인 베이시스트 이승현을 비롯해 다른 멤버들의 피해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승현이 소속사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이하 미디어라인) 스튜디오에 감금돼 프로듀서에게 온몸을 맞았고, 다른 멤버 또한 프로듀서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것이 이석철의 주장이다. 이날 이석철은 “꿈이 망가질까 봐” 지속적인 폭행을 참아왔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특히 이석철은 소속사 미디어라인의 김창환 회장이 프로듀서의 폭행 사실을 알고도 방조했다고 밝혀 충격을 안겼다. ‘미다스의 손’으로 알려진 김창환 회장은 1990년대 김건모, 박미경, 클론 등을 제작한 유명 작곡가 겸 기획자다. 현재 한국음악콘텐츠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 기자회견 이후 김창환 회장은 “직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 것에 관해 미디어라인과 더이스트라이트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부덕함을 통감하고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30년 동안 수많은 가수를 발굴해 오면서 단 한번도 폭행을 사주하거나 방조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더이스트라이트 멤버들을 가르치거나 훈계한 적은 있어도 폭언이나 폭행을 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 김 회장은 “모든 의혹에 관해 정직한 태도로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남아 있는 더이스트라이트 멤버들을 위해서라도 과장된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이석철·이승현 형제 측은 김창환 회장의 주장을 즉각 반박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석철 형제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남강의 정지석 변호사와 형제의 아버지는 지난 22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민원실에 김창환 회장과 프로듀서 등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프로듀서로부터 폭행을 당해 생긴 상처 사진을 언론에 공개하며 주장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미디어라인 측은 이석철 형제를 제외한 나머지 네 멤버의 전속계약을 해지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논란이 발생한 후 멤버들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전속계약을 해지하는 게 최선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 아울러 미디어라인 측은 “앞으로 진행될 조사에 성실히 임하면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되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겠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억측성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멤버들이 모두 소속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이석철 형제 측이 미디어라인과 법적 다툼을 시작한 만큼 밴드 더이스트라이트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팬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던 10대 밴드의 꿈을 꺾은 것은 누구일까. 앞으로 진행될 법정 공방을 지켜볼 일이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쿠키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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