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남 여수 해상종합훈련 중 한 해경승무원이 양묘기에 다리가 끼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당한 해경이 허벅지를 절단하게 되자, 병원 이송을 위해 119와 전남 외상센터 소속 닥터헬기, 해경 서해지방청 헬기 3대를 요청했지만, 제때 헬기 이송이 되지 않아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유인즉슨 전남 닥터헬기 부두가 허가받은 인계 장소가 아니여서 이륙을 하지 못해 이송이 지연된 것이다.
이국종 아주대학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가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최근 불거진 ‘닥터헬기 소음’과 관련해 중증외상환자 이송의 고충을 증언한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응급의료전용헬기, 일명 ‘닥터헬기’가 언제, 어디서든 더 쉽게 이·착륙할 수 있도록 시스템 마련 필요성을 적극 피력하기로 했다.
이국종 교수가 굳이 국감에 출석해 응급의료 현장의 어려움을 밝히기로 한 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중증외상환자 이송 시스템이 얼마나 ‘엉망’인지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2015~2018년(8월) 닥터헬기 이·착륙 사용불가로 인한 기각‧중단 현황을 보면, 총 기각‧중단 건수는 80건에 달했다. 닥터헬기 이착륙 기각‧중단 사유는 주차장 만차(13.8%), 행사 진행(10%), 제설 미실시(7.5%) 등이었다.
현재 응급환자 이송 가능 헬기를 보유하고 있는 부처는 보건복지부, 해양경찰청, 소방청 등이다. 각 부처는, 그러나 각자 보유한 헬기를 독자적으로 운용할 뿐, 부처 간 협조체계 구축 시스템은 부재하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국종 교수는 “영국의 경우 환자가 도보로 50m 이상 이동하지 않도록 하는 ‘알파’ 포인트를 정해 지역 소방본부의 도움을 받아 어디서나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영국과 같은 수준의 인계점을 갖추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영국과 같은 수준의 인계점을 활용해 닥터헬기 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닥터헬기 소음 등을 감내해 줄 수 있는 시민의식 개선도 필요하다. 실제 영국에서는 럭비경기장 인근에서 외상환자가 발생하자, 경기를 멈추고 헬기가 착륙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고, 곧 헬기가 도착하자 관중들은 환호까지 한 사례가 있었다.
김승희 의원은 “닥터헬기는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다시 살리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수단인데, 정작 인계점 등의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닥터헬기의 충분한 역할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며 “닥터헬기의 운용 활성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제도 및 예산 지원, 시민의식 개선 등의 기반이 더 체계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