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이 “이윤만 추구하는 다국적 제약사는 환자를 볼모로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종합감사에서 최 의원은 아비 벤쇼산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장(MSD 한국지사장)을 상대로 한 증인심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 의원은 “‘의약품은 환자를 위한 것이지 기업의 이윤을 위한 것이 아님을 우리는 절대 잊지 않아야 한다’는 말은 MSD 본사 창립주인 조지 W. 머크의 연설내용”이라며 “제약사로서 가장 큰 사회 공헌은 좋은 의약품을 개발하고 공급해 환자들의 치료를 돕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지금 다국적 제약사들은 이윤보다 환자를 먼저 생각하자는 창업주의 정신을 잊고 있는 것 같아 매우 걱정스럽다”며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 중 다국적 제약사가 우리나라에 아예 들여오지 않거나 보험적용을 신청조차 하지 않은 약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희귀의약품 318품목 중 유통되지 않은 의약품은 76품목(23.9%), 국내 미허가 의약품은 14품목(4.3%)에 달한다는 것. 최 의원은 “건강보험에 등재를 하면 약값을 맘대로 못 받으니, 약을 먹지 않으면 생명을 내놓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비급여로 팔고 있는 약들이 많다”며 “환자들을 경제적으로 어렵게 하는 약들이 많다”고 질책했다.
아비 벤쇼산 회장은 우리나라 약값이 다른 나라에 비해 실제로 낮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글로벌의약협회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음. 환자가 신약에 접근하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지만, 협회의 사명은 R&D의 최상의 결과가 환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러한 상황은 개선의 여지가 있으며, 글로벌의약협회는 적극적으로 조치 검토하겠다”고 대답했다.
아비 벤쇼산 회장의 “국회와 정부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에 대해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단일가격 체계를 취하고 있는데 외국과의 비교를 보면 낮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다시 최 의원은 한국소비자연맹의 분석을 들어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일반약값이 70%가량 더 비싼 점을 지적했다. 최 의원은 박 장관에게 “소비자들은 한국 약값이 비싸다고 하고 있는데, 다국적 제약사는 한국 약값이 너무 싸서 판매가 힘들다고 한다”면서 “다국적 제약사는 우리나라 학자들까지 대동해서 연구한 걸 내놓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저 뉴스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밝혀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의하자, 박 장관은 관련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국적 제약사의 세금포탈 의혹도 제기됐다. 최 의원은 “원가를 높게 받고, 비용을 높게 책정해서 세금을 탈루하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며 “(다국적 제약사의) 한국지사의 매출이나 영업능력이 부족해 보이지는 않는다. 일부러 본사에서 사오는 약값을 높은 가격으로 구입해 본사의 이익을 높여주고, 리베이트 등으로 영업비용을 많이 써서 한국지사의 이익을 낮추는 건 아닌지 많은 언론이 궁금해 하고 있다”고 추궁했다.
아비 벤쇼산 회장은 이 질문에 “관련 언론보도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현재 법과 협회의 규제를 준수하고 있고, 이와 관련된 기사와 보고서를 살펴보고 다시 보고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자 최 의원은 다시 박 장관에게 “리피오돌 사태가 보여주는 것처럼 다국적 제약사들은 이윤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덜 내려고 본사에 이익을 몰아주진 않는지 의심이 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제약사의 영업활동을 확인할 수 있는 ‘경제적이익 지출보고 제도’가 올해 시작되었는데, 외국 제약사들도 영업비용 등을 보고하고 있느냐는 질의에 “확인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최 의원은 “약은 아픈 사람들을 위해 개발되고, 아픈 사람들에게 공급되어야 한다. 제약사가 연구개발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이윤은 보장해 줘야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인질극을 벌이도록 좌시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