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사립유치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사립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은 30일 오전 경기도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참가 인원은 4000여 명에 달했다. 회원들은 주최 측의 예고대로 상하의 모두 검은색을 입고 참석했다.
한유총은 토론회 직후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회계비리는 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유총은 “사립유치원 교지(校地)와 교사(校舍)는 국가재산이 아닌 개인사업자 사유재산”이라고 강조했다.
또 같은날 토론회장에 설치된 즉석 투표판 결과에 따르면,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일명 ‘박용진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개별적으로 휴원이나 폐원을 하겠다는 사립유치원들이 압도적이었다.
박용진 3법은 당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유치원이 간판을 바꿔 다시 개원할 수 없도록 설립 결격사유를 명확히 하고, 회계 관리 업무를 위한 유아교육정보시스템 이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그러나 한유총은 일단 조직적인 집단휴업이나 폐원은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문재인 정부의 압박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날 정부는 사립유치원 집단행동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치원·어린이집 공공성 강화를 위한 관계부처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유 부총리는 사립유치원 측이 강경 대응 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와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안전한 교육, 보육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확실한 저출산 대책이자 문재인 정부 포용국가를 실현하는 방법”이라며 “국민 세금으로 지원되는 예산이 온전히 우리 아이들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감독 할 것이다. 국.공립유치원과 어린이집 취원율 비율을 높여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한유총 갈등이 높아지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학부모에게 돌아가고 있다. 한유총이 개별 폐원이나 휴원 가능성을 열어놨기 때문이다. 장하나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 대표는 31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하루하루가 정말 불안한 심정”이라며 “한유총 차원의 집단적 휴원은 하지 않지만 산발적으로 할 수도 있다. 교육당국은 학부모들이 안심할만한 구체적 대응책을 마련해서 국민에게 미리 알려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