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관련 법 개정 발의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디지털성범죄 무방비지대. 무법천지의 공간은 국경을 넘어, 전파와 네트워크를 타고 끝도 없이 뻗어간다. 불법 촬영 영상 유포자에 대해 사법당국의 이른바 ‘솜방망이’ 처벌과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를 표류하는 동안 피해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불법촬영물은 여성의 삶을 파괴한다”고 규정한다. ‘국산’이나 ‘국노(국산 노모자이크의 줄임말)’을 단 채 유통되는 범죄영상물에 대해 사법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 처벌법)’의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죄로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처벌 대상의 협소함이나 가해자에 대해 벌금형 및 선고유예, 집행유예가 남발되고 있어 사법부가 불법 영상 유포 가해자들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것도 사실이다. 20대 국회에선 성폭력 처벌법의 법 개정안 30개 이상이 계류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 연예인이 전 남자친구가 촬영한 불법촬영물로 협박을 받은 것이 언론에 보도되며 거센 공분이 일었다. 디지털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삽시간에 20만 명의 참여하며 대중 분노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줬다. 

물론 일부 긍정적인 ‘신호탄’도 감지됐다. 지난 10일 수원지방법원은 불법촬영물을 인터넷에 유포한 가해 남성에 대해 징역 3년형을 선고해 눈길을 끌었다. 처벌 정도는 ‘이례적으로’ 무거웠다. 국민 여론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경우는 극히 일부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디지털 성범죄는 여전히 한 여성의 삶을 파멸시키기 위한 협박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누군가의 유희나 금전적 이익을 위해, 혹은 누군가를 위협하기 위해 불법촬영을 하고 이를 유포하는 행위는 강력히 처벌되어야 할 범죄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안전한 일상을 위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시각 변화와 사전 예방 및 엄중한 처벌을 위한 정부와 국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행법으로 규제되지 않는 디지털 성범죄의 행위 범위를 넓히고, 불법 촬영물에 대한 촬영하여 유포한 자 뿐 아니라 촬영자와 유포자를 분리하여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찍은 촬영물 역시 동의 없이 유포하는 경우에는 처벌이 이뤄져야 하고, 불법 촬영물로 영리를 취하는 유통업자 등 일명 ‘웹하드카르텔’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지적이다. 

단체는 “20대 국회에 계류돼 있는 관련 법 개정 발의안들은 반드시 통과시켜 여성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한다”고 정기국회의 조속한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