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가 ‘평화의 소녀상’(소녀상)을 ‘정치적 조형물’이라며 학생들의 건립 시도를 막고 있다.
2일 국민대학교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세움’(세움) 측에 따르면 학교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소녀상 건립을 협의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돌연 입장을 바꿨다. 세움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학교 본부와의 진지한 논의를 준비하고 기다렸으나 지난달 29일 학교본부에게 “소녀상은 정치적 조형물”이기 때문에 불허한다는 전화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소녀상 건립을 담당하던 학생지원처 측이 이같은 내용을 전했다는 게 세움의 설명이다.
해당 발언을 누가 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학생지원처 측에 따르면 학교 본부는 학생처장실을 뜻한다.
또 소녀상 건립 불허가 학교의 공식입장이라면 문서를 달라는 세움 측 요구에도 학교는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은 학교가 소녀상을 정치적 조형물로 폄하하고 대화조차 거부한다며 분노하고 있다.
이태준(27·정치외교학과) 세움 대표는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주까지도 협의 자리를 마련하겠다, 기다려 달라고 하다가 갑자기 소녀상을 정치적 조형물로 폄하하고 불허를 통보해 황당할 뿐”이라며 “학교측과 협의를 이루기 위해 많은 인내를 갖고 노력해왔는데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도 너무 늦었지만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했다. 교육계가 앞장서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며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김인준 학생처장은 이날 출장 중이라며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 처장은 지난 9월에는 소녀상 설치허가 여부를 문의한 학생에게 메일을 통해 “대학은 국가와 인류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이론과 응용방법을 교수하고 연구하며 지도적 인격을 연마하는 고등교육기관”이라며 “이러한 대학의 목적을 위해 국제적 교류와 연구 활동이 필요하고 현재 진행되는 상황에서 소녀상의 교내설치는 허가할 수 없다”고 불허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국민대는 “소녀상 건립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라며 “아직 공식적 입장이 정해지지 않아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세움은 지난 4월 발족된 교내 단체다. 학생들과 시민을 대상으로 십시일반 1500만원을 모금했다. 소녀상은 예술대 학생 5명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했다.
세움은 이날 오후 1시 국민대 정문에서 소녀상 건립 불허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