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살인 사건’의 목격자가 경찰 대응에 문제를 제기했다.
자신을 거제 살인사건 목격자라고 밝힌 A씨는 1일 한 매체 기사에 장문의 댓글을 달아 “나쁜 X 잡았는데 상은 못 줄망정 내가 때린 게 잘못이라 하니 어이가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A씨는 “기사에서 나오는 행인이 나다”라며 “당시 현장에서 피의자가 폭행·살인 후 목덜미를 잡고 피해자를 숨기러 끌고 가던 중 저희에게 붙잡혔다”고 했다.
A씨는 “박씨가 차를 보더니 가라고 손짓했지만 경찰과 119에 신고를 하고 차에서 내려 그에게 다가갔다”며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람을 죽인 범인을 목격했는데 때려서라도 제압하겠다’고 알렸다”고 설명했다.
A씨 설명에 따르면 당시 피해자는 얼굴 형체가 아예 없었고 하의는 벗겨진 상태였다. A씨는 “피의자 신발은 흰색인데 피범벅이었다”며 “피의자 어머니와 누나가 경찰서에 왔는데 ‘자기 아들이 그랬다는 증거 있냐’고 했다. 기가 차더라”고 덧붙였다.
경찰이 사건 이후 A씨의 피의자 폭행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해 A씨는 “제가 명치를 발로 차서 (피의자를) 넘어뜨린 뒤 잡았다. 인정한다”며 “때려눕혀서 경찰 올 때까지 기다렸다. 20여 분이 지나서야 경찰이 왔다”고 했다.
A씨는 “피의자를 왜 이렇게 심하게 때렸냐는 말이 오간다. 세상에 이런 나쁜 X을 잡아도 그냥 대충 넘기려는 경찰 모습에 화가 난다”며 “피의자가 우리에게 잡히고도 피해자 폭행을 이어갔더니 그런 소리 하지 마라. 내가 때린 것으로 사건을 숨기려 하지 말고 국민 안심 시켜달라”고 강조했다.
A씨는 살인사건 피의자를 현장에서 붙잡고도 폭행으로 처벌받을 뻔했으나 피의자가 고소 의사가 없다고 밝히며 일단락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일 오전 2시30분 거제시 한 선착장 주차장 인근에서 폐기를 줍던 B씨(58.여)를 폭행한 혐의로 박모(20)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30분 가까이 여성의 머리와 얼굴을 수십 차례에 걸쳐 마구 폭행한 박씨는 피해자가 정신을 잃자 하의를 모두 벗겨 유기하고 달아나다 현장을 목격한 행인의 신고로 검거됐다. B씨는 사고 발생 이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뇌출혈과 턱뼈를 비롯한 다발성 골절 등으로 결국 숨졌다.
박씨는 B씨가 숨졌는지 살피고, 움직이지 않는 것까지 확인한 뒤 도로 한가운데로 끌고 가 하의를 모두 벗겨 유기하고 달아난 혐의(살인)로 구속기소 된 사건이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B씨 얼굴을 수십 차례 가격했다. B씨가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박씨는 이를 무시하고 무릎과 발로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에서 박씨는 입대를 앞두고 술에 취해 집에 가다 처음 본 여성을 마구 때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박씨는 경찰에 “만취 상태여서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며 자세히 진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씨가 범행 전 휴대전화로 ‘사람이 죽었을 때’ 등을 검색하고 왜소한 여성을 상대로 같은 부위를 반복 폭행하고 상태를 지켜보는 등 CCTV 영상 등으로 미뤄 계획범죄로 보고 있다.
경찰은 박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살인 혐의를 적용, 구속기소하고 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청구할 방침이다.
한편, 거제 살인 사건의 가해자를 엄벌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글에는 이날 오후까지 25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