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근 “전문성 함몰되면 보편성 잃어”

신동근 “전문성 함몰되면 보편성 잃어”

국회 복지위 소속 민주당 신동근 의원 인터뷰①

기사승인 2018-11-05 00:37:00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보건복지부와 산하기관을 피감기관으로 두며 국내 보건의료 및 복지 정책 전반을 점검하는 상임위다. 보건의료, 복지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문제이기 때문에 의사나 약사 출신의 국회의원들이 나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활약을 하곤 한다. 그러나 언론의 관점에서 이곳에서 다루는 쟁점들이 그 전문성으로 인해 확산성의 한계를 갖는다는 평가도 내릴 수 있을 터. 실제로 타 상임위에 비해 유의미한 쟁점이 흡사 ‘찻잔 속의 태풍’처럼 축소되어 다뤄지는 측면도 없지 않다. 물론 예외도 있다.    

지난달 23일 국민연금 국정감사 자리.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의 이른바 포스코 ‘물타기’ 투자를 집중 추궁했다. 29일 종합감사에서도 신 의원은 국민연금이 포스코에 대한 투자가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를 위한 뒷받침이 아니냔 지적을 제기했다. 정치적 쟁점이 복지위에서 터져 나왔고, 이를 정면으로 겨냥한 신 의원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지난달 3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신 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치과의사 출신인 신 의원은 “문재인 케어 등 정부 정책에 전문성 발휘하길 바라는 목소리가 있다”면서도 “전문성에 함몰되면 보편성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 의원과의 일문일답.  

- 국감이 끝났다. 

힘들긴 하지만 3번째라 적응이 됐다. 이전보다 수월하게 마무리한 것 같다. 

- 신 의원에 대한 평가가 꽤 긍정적인 것 같다.

관련 전문성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전문성에 함몰되면 일반성과 보편성을 잃을 수도 있고, 직역의 이해관계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이해관계와 상충되더라도 국민의 건강권에 저해되는 요소가 있으면 과감히 질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치과의사 출신이란 점 때문에 복지위에서 일종의 역할론도 있었을 것 같다.

너무 직역의 이해관계에 깊은 의원이 복지위에 가는 걸 당에서도 원치 않는다. 실제로 내가 치과의사 출신이라 복지위에 가야한다는 분위기는 없었다. 그렇지만 ‘문재인 케어’나 국민연금 등 정부에서 추구하는 부분에 대해 전문성을 발휘하길 바라는 목소리는 있었다.

- 국민연금의 이른바 포스코 ‘물타기’ 투자, 그리고 자원외교에 대한 추궁이 인상 깊었다. 

반드시 개선 되어야한다. 정무위나 기재위에 비해 (확산이 약한 측면이 있었다). 국민연금 국감에서 문제를 제기한 날 공교롭게도 포스코의 영업이익 등이 발표돼서 결과적으로 물타기가 성공한 셈이 됐다.  

- 이 사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여러 상황과 사실 관계를 고려했을 때 개연성이 충분해 보였다. 관련 분석 데이터나 당시 내부 규정을 변경한 점, 우호지분을 팔면서 자원외교에 투자한 것 등을 보면 국민연금이 포스코를 뒷받침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정황이 발견됐다. 사실 자원외교, 사대강 문제는 밝혀진 것이 거의 없다. (현재 이 전 대통령의 혐의는) 이것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 계속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질 건가.

동일한 문제를 반복할 수는 없다. 새로운 사실이 있다면 별도의 기자회견이나 보도자료 등을 통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 “난 개혁 성향”

신 의원은 인천 서구 강화군을 지역에 지난 16대 재보궐, 17·19대 총선, 19대 재보궐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연거푸 낙선했다. 20대 총선에서 당선되면 그는 4전5기, 역전의 명수 등과 같은 별명이 붙기도 했다. 

- 인천 서구 지역을 고집했는데.

이곳에서 치과의원을 시작했었다. 생활 터전으로서 내 인생의 가장 긴 시간을 이곳에서 주민들과 함께 보냈다. 어떤 지역구가 당선에 유리하고, 어느 당이 좋다고 이리저리 옮기는 성격이 아니다. 옳다고 생각하면 그 길을 고수한다. 그렇다고 지역구를 바꿀 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인천시 정무부시장으로 재임 시 지역위원장을 내려놓았기 때문에 부시장 재임이 끝나고 다른 지역으로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주변의 권유도 있었지만, 굳이 그렇게 하고 싶진 않았다. 어떻게 해서라도 금배지를 달아야 한다? 그건 아니었다. 

- 연이은 낙선에 가족들은 어떤 반응이었나.  

보통 선거를 삼세판이라고 하지 않나. 그래도 안 되면 ‘접자’고 한다. 난 계속 도전했기 때문에 가족들의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 계속 이 지역에 출마를 도전한 이유가 뭔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기계공고에 진학했다. 이후 6년 장학생으로 치대에 입학했다. 전두환 독재에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다. 감옥에 가고 대학에서 제적도 당했다. 복학 후 민주화 운동을 이어갔다. 치과의사로 활동할 때는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건강연대’ 등에서 대표 등을 지냈다. 이전부터 함께하자고 정치권의 러브콜은 있었지만, 전문성을 갖고 사회운동에 매진하고 있던 터라 고사했었다. 

이십대는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에 전념했고, 삼십대 이후에는 사회운동을 했다. 사십대 넘어가면서 새로운 분야를 찾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서울대학교에 구강보건정책으로 석·박사를 마친 후 미국 CDC에 펠로우십으로 연수를 고려하고 있었다. 이때 우리 지역에 국회의원 16대 8·8재보궐 선거가 있었다(2002년). 당시 DJ 말기라 여러모로 새천년민주당이 어려운 시기였다. 출마를 권유받고 자의반 타의반 정치를 시작하게 됐다. 

- 개인 경쟁력은 무엇인가. 

오랜 기간 시련을 겪으면서 우직함과 끈기를 길렀다. 난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초선 의원치고는 나이가 있어 패기발랄하고 반짝반짝한 느낌은 약할 수도 있겠다. 다만, 전문성과 개혁성이야말로 나의 강점이다. 정치 여정은 길다. 일회일비할 필요가 없다. 자기 페이스대로 갈 뿐이다. 결국 정치인은 전체를 바라보는 안목과 정무적 판단이 중요하다.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하는 것은 경험과 안목을 통해서만 갖출 수 있다.  

- 당내 기반은 어떤가. 

상대적으로 개혁적 그룹에 포함되어 있다. 두루두루 가깝다. 친문 그룹과도 친하고, 더좋은미래나 민평련 출신 등과도 친분을 갖고 있다. ‘착한의원모임’을 통해서도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 민주당 원내부대표인데.

원내대표단은 사실 대표와 수석, 대변인 등이 외부에서 나타나고 그 외의 인물들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원내대표단에서 정국을 이끌어 나가기 위한 전략적 판단을 위해 수시로 만나 소통하고 있다. 

- 당 지도부와의 소통은 원활한가. 

홍영표 원내대표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홍 원내대표와는 원외 시절부터 친분을 쌓아왔다. 이해찬 대표도 내가 원외에 있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한번은 지난 탄핵 국면에서 국회 본청 휴게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이 대표가 그러더라. ‘탄핵 성공 못하면 우린 전부 사퇴해야 하는데, 신동근이는 봐주자’고 말이다. 네 번만에 당선됐는데, 일 년 만에 사퇴하면 되겠냐고 말이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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