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치매성 프리온 질환의 하나인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의심환자의 뇌기증을 위한 유인책 마련에 반대하며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올해 들어 뇌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CJD 또는 변종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 의심 환자에게 입원비, 치료비 등을 지원할 수 있게 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복지부의 반대에 밀려 성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의사들에게 CJD를 비롯한 치매성 질환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초 여건조차 조성되지 않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질병관리센터(CDC) 및 유럽 CDC 등 해외 보건기관도 CJD 또는 vCJD 의심환자에 대한 강제 부검은 권고하고 있지 않으며, 장기 등의 기증에 있어 자발성과 순수성을 강조하는 국제적 추세를 고려해야 한다는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해부에 응하거나, 뇌 기증 의사 밝힌 환자의 입원비, 치료비 및 진료비뿐만 아니라 장례비도 지원해야 한다”며 “해부 담당의사 범위에 ‘퇴행성 질환 전공 신경과 또는 신경외과 전문의’를 추가해야 할 것”이라며 보건 당국과 다른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뇌 기증 및 부검에 선뜻 동의할 만한 환자나 그 가족이 거의 없다는 것과 사후에 뇌를 연구에 제공하겠다는 의사에도 불구, 병원 측이 이를 무시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감염병예방법 상에는 전문병원을 두고 운영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실제로는 비싼 요금에 CJD기피현상까지 겹쳐 CJD환자가 입원 병원을 찾지 못한 채 40여 곳을 전전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른바 한국형 CJD 발병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 실제로 질병관리본부는 산발성 CJD와 변종 vCJD의 발병부터 사망하는데 까지 걸리는 기간은 각각 평균 8개월, 그리고 평균 14개월이라고 밝혔다. 질환이 자주 발생하는 연령대는 각각 평균 60살과 29살이었다.
산발성 CJD 환자 중 발병한지 20개월 이상 생존한 환자 수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95명에 달한다. 전체 CJD의심환자의 38%가 산발성 CJD최장 생존기간인 20개월보다 더 오래 살았다는 것이다.
변종CJD 최장 생존기간 38개월보다 더 오래 살아남은 환자는 전체의 11.6%에 이르는 29명으로 나타났다. 발병한지 5년 이상 생존한 환자수도 7명, 전체의 2.8%를 차지했다. 그 중에는 9년 이상 생존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CJD환자의 장기생존 현상은 한국인과 일본인이 지닌 특정 유전자와 연계해서 나타나는 특별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관련해 김상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CJD가 특정 유전자와 결합하면 CJD가 발병한 상태로 오랜 기간 살아가는 환자들이 나타나는데 한국인과 일본인에게서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15년 이상 살아가는 CJD환자들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 사는 CJD환자 1위부터 3위까지 한국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김현권 의원도 “복지부 말대로 조건 없는 기부가 이뤄지면 좋겠지만 아직 CJD에 대한 인식이 낮고 환자가족들이 사망한 뒤에 뇌를 적출하는 일에 대해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질병관리본부가 펴낸 CJD관리지침에는 확진을 위한 뇌 부검을 궁극의 목표로 제시하고 있으나 이를 위한 실천방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