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목사 “평양에 우리 의료진·최신 장비 갖춘 종합병원 세울 것”

이영훈 목사 “평양에 우리 의료진·최신 장비 갖춘 종합병원 세울 것”

공사 재개 6월 후 완공 가능… 최신 종합병원 필두 260개 군내 인민병원 설립 계획도

기사승인 2018-11-06 08:56:43

오는 7일 11년 만에 개성 공동연락사무소에서 보건의료 회담이 개최되는 가운데, 실질적 남북 보건의료 협력 사업 1호인 ‘평양 심장전문병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평양에 심장전문병원을 건립하고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지난달 2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남북이 병원 건립에 합의한 만큼 공사 재개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북한 의료지원은 70년 분단세월을 뛰어넘고 차이를 극복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목사는 병원이 평양 종합병원으로서 북한 의료지원 사업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병원은 70% 가량 건립된 상태지만, 지난 9년 동안 건립이 중단된 상태로 방치돼 왔다. 이 목사에 따르면 올해안에 공사 재개 시 내년 5월쯤 가동이 가능하다. 다만, 대북 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공사 재개 시점이 언제가 될지 미지수다. 

당초 병원 공식 명칭은 ‘평양 조용기심장전문병원’이었지만, ‘평양 종합병원’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병원 설립을 시작한 조용기 원로목사는 본인 이름의 포함 여부보다 조속한 완공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북측은 조용기 원로목사가 시작한 병원 설립 계획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라도 조 원로목사를 기리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북한에 다녀온 이영훈 목사에게 평양 병원 설립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지난 방북 소감은?

9년만의 평양 방문으로 이번이 5번째 방북이다. 150여명의 단체 방북이었기 때문에 북측 인사와의 개별 접촉은 없었다. 다만, 우릴 맞이하는 그들의 태도에서 이웃사촌이 오랜만에 만나 환담하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과거 경계하는 눈초리였다면, 지금은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시선으로 바뀐 것 같았다. 

도시도 새롭게 기획돼 신도시로 거듭난 것 같았다. 평양 시민들의 표정도 밝아 보였다. 통일에 대한 기대가 컸다. 미국을 비난하는 플랜카드가 자취를 감추고, 과학·경제·교육을 강조하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과학은 비약이고 교육은 미래에 대한 담보’라는 표어를 보면서 북한이 냉전과 남북 갈등에서 탈피, 더 나은 사회 건설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이번 방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15만 명이 모인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약 1만3000명이 카퍼레이드 하는 모습은 놀라웠다. 한 시간 반 가량의 행사에 동원된 수만 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상당한 노력이 있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평창올림픽의 드론과 3D기술 활용을 차용한 무대 장식에서 남북이 서로 배워가고 있다고 느꼈다. 

◇ “평양에 최신 종합병원 들어설 것”

- ‘평양 심장전문병원’ 건립의 시작 배경은?

김일성 주석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후 김정일 위원장은 북한에 심장전문병원의 설립 필요성을 피력했다. 김 위원장의 바람을 우리 정부는 긍정적으로 판단, 김대중 대통령 임기 말 북한 보건의료 인도적 지원사업으로서 병원 건립이 추진됐다. 정부는 민간사업으로 진행되길 바랐고,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병원 건립 제안이 와 정식으로 진행됐다. 

이후 참여정부의 허가를 받아 남북이 함께 하는 병원 사업이 비로소 시작됐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조선그리스도연맹과 계약을 맺고 남측은 자재를, 북측은 인력과 모래·자갈을 대는 것으로 합의했다. 2007년부터 개성공단을 통해 기자재를 수송해 공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2010년 5·24조치로 인해 공사는 중단됐다. 

- 그간 수차례 공사 재개를 요청했는데. 

5·24조치로 공사 중단은 불가피했다. 훗날 개성공단 폐쇄까지 이어지며 남북관계는 악화일로의 상황에 빠졌다. 그러나 인도주의 차원의 민간사업은 그대로 진행됐어야 했다. 공사 재개 논의가 오가는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만, 대북제재가 풀려야만 자유롭게 기자재를 보내 공사가 재개될 수 있다. 

- 남북간 공사재개합의는 이뤄졌는지. 

문재인 대통령도 공식선상에서 거듭 약속을 한 사항이다. 우리 정부는 공사 재개에 100% 찬성하는 입장이다. 남북 보건의료 협력에서 우선적으로 진행될 테지만, 통일부의 허가와 별개로 남북 및 북미 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사업은 진행될 수 없다. 통일부도 이런 어려움 때문에 선뜻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북측도 김정일 위원장의 유지가 멈춰선 것에 대해 안타까워한다. 평양내 대부분의 건물은 완공이 마무리됐지만, 이 병원만 미완성 상태다. 남측이 세우는 병원이라는 것을 북한 주민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북측은 완공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통일부, 대한적십자사 등에 한해 기본 내용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공사가 재개되면 후속 조치로 복지부 등 소관 부처와 상의할 계획이다. 병원 설립은 남북이 합의한 부분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공사 재개가 급선무다. 


- 공사가 재개된다면, 언제 완공될 수 있나. 

건물 안전진단을 한 후, 공사 재개시 6개월 내로 건립이 마무리될 수 있다. 이후 의료장비가 구비되면 7~8개월 내 북한에 최신식의 최고 병원이 세문을 열 수 있다. 미국 사마리탄 펄스 재단에 의료장비를 요청, 병원 완공과 동시에 투입될 수 있도록 이야기가 됐다. 그동안 북한에 병원 신기자재를 수차례 보냈지만, 활용하지 못해 창고에 쌓여있다. 따라서 기술지원과 함께 최신 의료기술 및 치료법을 북측 의사들에게 시연 및 교육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세브란스병원과 세종병원 등은 의료 지원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한국 의료진이 평양에서 6개월가량 체류하며 의료 기술을 전수하고, 의료장비가 북한 실정에 맞게 활용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후 지속적으로 의료 인력을 북측에 보내 심장 및 여러 고난이도의 수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 병원에서 심장 외에도 감염병 등 다른 질환의 진료도 이뤄지나. 

내과와 외과 등 여러 진료과가 마련될 것이다. 심장을 전문으로 하는 종합병원 시스템을 갖추리라 예상한다. 아울러 북한은 260개 군에 인민병원이 세워져 낙후된 보건 수준을 바꾸고, 북한 주민들에게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길 바라고 있다. 심장전문병원이 완성되면, 후속 조치로 한국의 여러 병원과 교회 및 단체들과 협력해 의료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 평양 심장전문병원이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은? 

지난 70년 동안 북한은 주체사상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를, 남한은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해왔다. 현재 남북은 사상적 차이 등을 고려할 때, 쉽게 조화를 이룰 수 없다. 북한 의료지원은 남북 간 차이를 해소할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 환우를 돌보는 의료 지원은 사상적 괴리를 뛰어넘는다. 

의료지원은 통일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의료지원이 북한 전역으로 확대되면 이후 교육 및 문화 지원 등이 이뤄질 수 있고, 나아가 남북이 자유로운 왕래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부분이 선행되지 않는 통일은 말로만 그치게 된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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