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술 밥이 배를 불려줄 순 없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헛헛함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룹 블랙핑크의 첫 단독 콘서트‘블랙핑크 2018 투어 [인 유어 에어리어] 서울 X 비씨카드’(BLACKPINK 2018 TOUR [IN YOUR AREA] IN SEOUL X BC CARD)도 마찬가지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는다는 건 알아도 아쉬움이 남지 않는 것은 아니다. 멤버들의 뛰어난 역량을 알고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블랙핑크의 첫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블랙핑크는 가장 최근 발표한 ‘뚜두뚜두’를 시작으로 데뷔곡 ‘휘파람’까지 그동안 발표해온 모든 노래와 미국가수 미구엘(Miguel)의 ‘슈어 씽’(Sure Thing), 그룹 원더걸스의 ‘소 핫’(SO HOT) 커버 무대를 보여줬다. 현장에는 1만여 명의 관객이 몰려들었다.
생동감을 살리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블랙핑크는 격한 안무를 소화하면서도 모든 노래를 라이브로 불렀다. 밴드 연주도 인상적이었다. 기세 좋게 내달리는 기타와 드럼은 흥을 돋우고 웅장함을 더했다. 레게풍으로 편곡한 ‘리얼리’(Really)에서 밴드의 존재감은 특히 빛났다. 컨트리풍의 ‘스테이’(STAY)는 퓨처 베이스 장르로 재탄생했다. 발표곡을 최대한 활용한 셋리스트와 다양한 편곡은 음악에 대한 블랙핑크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듯 했다.
이번 공연은 제니가 오는 12일 뭉공개하는 솔로곡 ‘솔로’(SOLO)를 처음 공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뮤직비디오가 먼저 상영됐고 라이브 무대가 뒤를 이었다. 트렌디한 사운드와 중독성 강한 멜로디가 인상적이었다. 무대를 마친 제니는 “이 자리에서 솔로곡을 공개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게스트로 출연한 그룹 빅뱅의 승리는 후렴구 멜로디를 흥얼거리면서 노래를 칭찬했다.
지수는 공연을 마치며 “뜻 깊은 시간이었다. 열심히 준비한 걸 차곡차곡 보여주니까 뭉클하다”라고 털어놨다. 제니는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할 수 있는 게 우리가 발전했다는 의미인 것 같다”라며 “블링크(블랙핑크 팬클럽)가 있기에 가능했다”라고 덧붙였다. 관객들은 앙코르를 연호하는 대신 ‘포에버 영’(FOREVER YOUNG)을 ‘떼창’하며 블랙핑크의 인사에 화답했다. ‘너와 함께라면 지금 이 순간 죽을 수도 있어(I could die in this moment)’라는 ‘포에버 영’의 가사가 블랙핑크와 관객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만 공연장 규모를 활용하지 못한 연출은 아쉬움을 남겼다. 공연 초반 공중으로 떠오르는 이동 무대로 객석 가까이에 다가간 걸 제외하면, 대부분의 무대가 밋밋하게 연출됐다. 지수의 개인곡 ‘클래리티’(CLARITY) 무대나 우주를 연상시킨 로제의 솔로 무대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무대 장치도 없었다. 국내 최대의 실내 공연장 중 하나로 꼽히는 체조경기장의 규모를 생각하면, 창의적인 연출의 부재는 더더욱 아쉽다. 공연 중반 등장한 후원사 홍보 타임은 웃음으로 넘기기엔 다소 낯 뜨거웠다.
블랙핑크의 서울 공연은 오는 11일까지 이어진다. 내년 1월부터는 방콕, 자카르타, 홍콩, 마닐라, 싱가 포르, 쿠알라룸프, 타이베이 등 전 세계 7개 도시에서 8회에 걸쳐 투어 공연을 개최한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