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조 “고용노동부가 뒷짐만지지 말고 적극 나서 달라”
고용노동부 “불법 점검 안 돼, 즉각 퇴거 아니면 형사고소 방침”
한국지엠 불법파견 문제 해결 등을 촉구하며 한국지엠 창원비정규직노조가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을 점거한 농성이 ‘복병’을 만나 사태 악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은 12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금속노조 경남지부 등에 ‘청사 퇴거 요구(1차)’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 공문은 이날 오전 민주노총 경남본부 관계자 등 8명의 조합원이 창원지청 3층 소회의실을 점거하며 농성에 들어간 데에 따른 조처다.
이들은 농성에 들어가기에 앞서 최대술 창원지청장을 만나 ▲불법파견 문제 해결 ▲해고자 복직 ▲카허 카젬 사장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이 한국지엠 창원공장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다.
창원지청은 비정규직 노동자 774명을 직접고용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1인당 1000만원의 과태료를 내라고 창원공장에 시정명령했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시정명령에 불복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커녕 과태료도 내지 않고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노동계는 불법파견 판정 후 6개월이 넘도록 사정이 나아진 게 전혀 없다며 원청업체인 창원공장을 규탄하고, 창원지청에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해왔다.
창원지청은 공문에서 “3층 소회의실을 불법 점거해 지장을 초래하고 있어 즉각 청사 퇴거를 해 달라”며 “불법 점거가 계속되면 형사고소 등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지역노동계는 고용노동부가 나서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점거 농성을 계속 이어갈 방침이어서 한국지엠 사태를 둘러싸고 물리적 충돌 등 전운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한국지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창원지청장과의 무기한 면담에 나섰다”며 “경남지부는 농성을 이어가며 노동부가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농성대오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지부는 “연이은 기자회견과 결의대회를 열면서 고용노동부의 제역할을 강력히 촉구했다”면서 “노동부가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었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는데도 여태까지 어떤 해결책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입을 모아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성토하는 데도 노동부는 직접 판정한 불법파견 사실조차 말로만 발표하고 실질적 행정조치와 법적조치는 전혀 행하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경남지부는 “과거 불법파견 사례를 외면하고 현재 비정규직 사태에 실질적 조치에 나서지 못한 결과가 결국 현 상황을 불렀다”며 “노동부가 내놓아야 할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일뿐이다. 반드시 한국지엠 불법파견 문제에 종지를 찍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