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등 극악무도한 청소년 강력범죄는 더이상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최근 한 중학생이 집단 폭행을 당하다 인천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사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계속되는 청소년 강력범죄에 소년법 폐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A군(14)을 폭행하고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동급생 4명을 지난 17일 구속했습니다. 가해자 중 B군(14)은 구속 과정에서 A군의 점퍼를 입고 있는 등 반성하지 않는 모습으로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19일 ‘인천 중학생 추락사 가해자 4명을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청원인은 10대들의 범죄가 갈수록 잔인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청원인은 “(소년법은) 학교폭력 피해자를 위한 법이지 가해자를 위한 법은 아니다”라며 “사랑스러운 자식을 하루 만에 잃었을 피해자 부모를 생각한다면 가해자들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소년법 폐지를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정부 입장은 여론과 조금 다릅니다.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지난 16일 청소년 강력 범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청원에 “엄벌만이 해답은 아니다”라며 “보호 처분을 실질화해 소년범들을 사회로 제대로 복귀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변했습니다. 또 “소년범 예방과 교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청소년 범죄에 대해) 여러 관계부처와 국회가 고민 중이다. 이런 노력은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성인과 같은 범죄를 저질렀어도 만 14세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는 다른 처벌을 받습니다. 만 14세 미만 10세 이상의 피의자는 형법이 아닌 소년법을 적용받기 때문이죠. 이들은 소년원 송치되거나 소년 보호시설로 위탁됩니다.
어른의 흉악범죄와 별반 다르지 않음에도, 소년법은 청소년에게 일종의 ‘면죄부’를 줍니다. 청소년 강력범죄로 이미 많은 피해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유가족들의 상처는 말할 것도 없죠.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가 나와야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소년법에 재논의가 필요한 때입니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