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한 전 대법관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고 전 대법관은 23일 오전 9시10분쯤 양 전 대법관 시절 사법농단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차한성, 민일영, 박병대 전 대법관에 이어 전직 대법관에 대한 네 번째 소환 조사다.
고 전 대법관은 이날 “법원행정처의 행위로 사법부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옳은 판결과 바른 재판을 위해 애쓰는 후배 법관을 포함한 대법원 구성원 여러분께도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사법부가 하루빨리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고 전 대법관은 “사법 농단 의혹은 후배 법관들과 법원 수장 중에 누구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자세한 내용은 조사실에서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답변했다. “수사기밀 유출과 재판거래가 법원행정처장의 정당한 직무라고 생각하는가” “법관 탄핵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에 책임감 느끼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묵묵부답인 채 검찰 안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고 전 대법관은 당시 문모 전 부산고법 판사가 부산 지역 건설업자 정모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건과 관련해 윤인태 당시 부산고등법원장을 통해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과 관련해 고용노동부의 재항고 이유서를 대필해줬다는 의혹 등에 연루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앞서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고 전 대법관도 공범으로 적시했다.
고 전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인 지난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 지난 8월 퇴임했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