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염 의심 응급 환자 치료 미룬 대학병원 손해배상 판결

뇌염 의심 응급 환자 치료 미룬 대학병원 손해배상 판결

기사승인 2018-11-23 10:00:13

뇌염이 의심돼 응급실을 찾은 소아의 검사를 미루고 다음 날 약물 처방을 한 병원이 환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환자는 하루 늦게 뇌병변 진단을 받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으나 언어장애 등 영구적인 후유 장애를 앓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당시 소아였던 뇌병변 후유증 환자 A씨(24)가 한 대학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3억28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9살이던 2003년 7월 뇌염 증상으로 이 병원 응급실에 입원해 치료받은 후 뇌병변 후유증으로 근력이 저하되고 언어장애와 과잉행동 장애 등의 영구적 장애를 얻었다.

A씨는 당시 체온이 38℃에 이르는 등 발열이 심한데도 의료진이 뇌염 검사를 하지 않고 다음 날 아침에야 뇌염 치료를 시작한 탓에 장애를 입게 됐다며 10억여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은 “의료진에게 발열을 무시하고 추적관찰을 소홀히 해 뇌염 치료를 지연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발열 증상이 나타난 때에 뇌염에 대해 감별진단을 했다면 뇌염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었을 것이고, 조기 치료가 이뤄졌다면 뇌세포 손상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3억 28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뇌염은 예후가 좋지 않고 응급조치의 필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뇌염이 의심된다면 최대한 빨리 뇌척수액 검사를 통해 이를 진단할 필요가 있다”며 신속한 검사와 치료를 하지 않은 의료진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수긍한다”며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최종적으로 인정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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